[ET시론]5월, 지혜롭고 행복해지는 소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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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5월 가정의 달은 1년 중 지갑을 가장 많이 여는 기간이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어린 자녀부터 부모님, 은사님, 배우자 등 고마움을 표하기 좋은 달이기 때문이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싱그러운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떠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5월이면 주변 상가를 방문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가액과 상관없이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많은 이들과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과 달리 우리네 주머니 사정은 늘 넉넉하지만은 않다.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우리는 주위에서 “대출이자 때문에 꼭 필요치 않은 소비는 미룬다” “장 보러 가는 것이 부담된다”는 하소연을 듣곤 한다.

가라앉은 소비심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어깨를 한층 더 무겁게 만들었다. 77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종사자 1800만 그리고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그 부담의 깊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원가는 올라가나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가계 소비 여력은 계속 줄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올해 2월 소매 판매는 음식료품,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1월과 비교해 3.1% 감소했다. 매출액 감소는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금융 부담의 골을 깊게 하는 원인이다. 자영업자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비율이 2022년 말 기준 0.6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1.24%로 1.8배 상승했다. 이분들의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다. 내수와 함께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출이 지난해부터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주축으로 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 품목이 재작년 3월 이후 24개월 만에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며, 우리 수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농수산식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 품목 수출 실적도 늘었다. 세계적인 한류 인기를 바탕으로, 높아진 한국 음식(K푸드) 인지도가 가파른 성장세 원인이다.

수출은 큰 고비를 넘었다는 평가다. 이제는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날개이며, 중소기업·소상공인 그리고 서민들의 삶의 기반이 되는 '내수' 살리기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상반기에 전체 재정 65%에 달하는 350조원을 약자 복지와 일자리, SOC 등에 조기 집행한다. 아울러 공공기관 투자 35조원, 민간투자 2조7000억원 등 총 388조원을 투입한다. 역대 최대 규모 수준 집행으로 내수 회복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노력이 내수 회복을 위한 일종의 불쏘시개라면,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게 하는 것은 '민간의 행복하고 지혜로운 소비' 확대일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행복하고 지혜로운 소비'를 위해 준비 중이다. 전국은 물론 해외,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5월 한 달간 개최되는 '동행축제'가 그 첫 출발이다. '동행'이란 말 그대로, 혼자가 아닌 소비자와 생산자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경제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일종의 축제이다.

지난해에는 5월, 9월, 12월 세 차례 동행축제를 통해 4조원 매출을 올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TV홈쇼핑 등 250여개 유통판매사가 열정적으로 도와준 덕분이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감사드리고, 올해 동행축제에도 많은 역할을 부탁드리고 싶다.

올해도 이분들과 함께 2만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분들의 소중하고 다양한 제품이 동행 축제에 참여하게 된다. 소비자는 평소에 비해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동행축제 참여 제품을 구매하는 지혜로운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지역경제가 더욱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올해는 부산 해운대에서 3일간 개막행사를 연다. 개막행사에는 최근 가격이 오른 농·축·수산물 구매 부담을 줄여주는 할인마켓도 준비돼 있다.

카드사와 연계한 지혜로운 소비도 진행된다. 전국 카드 가맹점 3만곳과 오랜 기간 한 자리를 지켜오신 백년가게 1300여곳에서 10% 카드 할인 방식으로 구매 비용과 외식 값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동네 주변에 있는 7000여곳의 착한가격 업소에서 이뤄지는 카드비용 환급 등도 현명하게 소비하면서 지역 경제도 살리는 쏠쏠하면서 재밌는 일석이조 이벤트다.

보고,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지역과 함께 하는 동행축제답게 문화·예술, 음식 등 전국 곳곳에서 다채롭게 열리는 지역축제에 지역특산품과 향토기업 제품 판매 행사를 함께 진행한다. 이천의 도자기 축제, 남원의 춘향제, 대구의 약령시 한방문화축제와 괴산의 빨간맛 페스티벌 등 50곳에서 동행축제가 함께 진행된다.

이 중 10곳은 관광열차를 타고 물건도 사고 지역축제를 함께 할 수 있는 팔도장터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5월 가정의 달에 자녀와 함께 즐길 추억거리를 제공한다. 전국 30곳의 전통시장에서 개최돼 우리 자녀들이 만들어 보고 장보기를 체험할 수 있는 키즈마켓 데이가 그것이다.

최근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함께 하는 소비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활발하다고 한다. '싸고 빠른 소비'가 전부가 아니라, 모든 주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소비가 결국은 공동체 행복과 지속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의미다.

소중한 가족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고마운 분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오월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챙겨야 할 기념일이 많아져 씀씀이가 커지는 만큼 소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실에 구슬을 꿰듯 알차게 준비한 대규모 할인행사인 동행축제에서, 국민은 지혜롭게 소비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많이 팔아서 행복한 축제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필자〉

1964년생으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외교관 출신 첫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1988년 4월 제22회 외무 고시로 공직을 시작한 오영주 장관은 외교부 개발협력국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야 전문위원을 거쳐 주베트남 대사, 외교부 2차관 등 핵심 공직을 두루 거치며 국내 중소기업 해외 진출 등에 적극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영주 장관의 키워드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다. 장관 취임 이후 우문현답의 자세로 현장을 누비며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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