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용기와 생수병, 즉석밥 용기, 샴푸통.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플라스틱으로 보이지만 성분은 페트(PET), 폴리프로필렌(PE), 폴리에틸렌(PE) 등으로 제각각이다. 재활용을 위해선 한데 모아진 플라스틱을 일일이 분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폐기물 분류 작업은 악취, 분진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대표적인 기피 업종으로 꼽힌다.
에이트테크는 기존 재활용 자원 선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 선별 로봇 '에이트론'을 개발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플라스틱 용기·병 등을 올려놓으면, 흡사 인형뽑기 기계처럼 생긴 로봇이 하나씩 들어 올려 같은 재질끼리 모아놓는다. 세 축의 서보모터로 구동하는 델타로봇은 고속으로 물건을 집어 올리는 작업에 최적화됐다.
이도경 에이트테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에이트론 폐기물 선별 속도는 수작업 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고 설명했다.
에이트테크가 폐기물 처리 자동화를 달성한 것은 인공지능(AI) 덕분이다. 회사는 260만건 이상의 생활폐기물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컨베이어벨트 입구에 부착한 비전 센서가 폐기물 특성을 확인, 기존 학습 데이터와 비교를 거쳐 45종의 폐기물로 구분한다. 인식 정확도는 99%라고 회사는 강조했다. 에이트테크는 총 26건의 특허를 등록·출원했다.
에이트테크는 지난해 인천 남동구, 경기 남양주시, 경북 청도군 등 12개 폐기물 선별장에 에이트론을 공급했다. 지난해 매출 22억원을 기록한 회사는 올해 매출 7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수(手)선별의 한계와 인력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작업장 자동화 수요가 높다는 판단이다. 에이트테크는 로봇을 활용하면 선별 비용을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에는 '로봇 팔'을 두 개 탑재해 선별 효율을 높인 제품을 출시했다.
에이트테크 목표는 로봇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인천 서구에 로봇자원회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선별장에 들어온 폐기물을 재생원료인 플레이크로 제작하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자동화한 시설이다. 현재 내부 설계 중으로 올해 하반기 시범 가동 예정이다. 자원회수센터 구축을 위해 현재 50억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다. 박태형 에이트테크 대표는 이미 많은 투자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캐나다에서 지질자원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한국에서 도시광산을 실현하기 위해 2020년 창업했다. 이미 수명을 다한 제품·폐기물에서 자원을 추출하는 산업에 대한 국내 관심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로봇 하드웨어와 AI 기술을 확보하며 폐기물 자원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업 3년 만에 이노비즈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 혁신성도 인정받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플랜트 단위 생활폐기물 선별 운영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에이트론은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폐기물 선별장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구인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로봇 공급사를 넘어 국내 재활용 선별장 위탁 운영·설계 컨설팅 등으로 플랜트 단위 운영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