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발표한 '인공지능 지수(AI INDEX) 2024'는 한국에서 예기치 못한 논란을 낳았다. 이 보고서에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관련 한국 모델 출시 사례가 0건으로 나온 것이다.
세계에서 3번째이자 국내 최대 거대언어모델(LLM)인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한 한국 정부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자료였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직접 예시로 들며 일부 국가 사례가 조사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설명자료를 내며 수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국과 같이 AI 분야에서 앞선 나라조차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부실한 서베이가 바탕이 됐다. 대학 측도 이를 인정하며 수정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보고서 수정 정도로 개선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한 냉정한 진단은 필요하다. 한국이 AI 분야에서 전폭적 투자와 앞선 경쟁력을 확보했느냐는 것이다.
한국의 2023년 AI 민간 부문 투자액 13억9000만달러는 1위인 미국(672억2000만달러)에 비하면 약 50분의 1수준이다. 주요국에 한참 밀리는 9위다.
AI 인덱스 자료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면, 싱가포르 테크인아시아 자료를 보자. 한국의 AI 스타트업 투자는 중국과 인도에 한참 밀리는 상황이다. 투자액 기준으로 50대 아시아 기업을 뽑았을 때 한국은 중국 24개, 인도 10개에 이은 4개로 3위다. 격차가 작지 않다.
정부가 앞장서 개선해야 할 문제는 보고서 수정보다는 실질적 대응이다. 연구개발(R&D) 지원 확대를 통해 AI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 국내외 투자에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최근 일본은 AI 분야에서 수십 조원의 글로벌 빅테크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AI 기술 전쟁의 결과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가 없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