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공단 주거래 은행 선정 레이스가 시작된다. KB국민은행이 수성에 나선 가운데 우량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시중은행 물밑경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다음 달 주거래은행 입찰 절차를 개시한다. 2019년에 이어 5년만에 시장이 열리는 것으로,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공단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게 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번에 선정한 주거래은행에 △연금회계총괄수입계좌 관리업무 △연금급여·재해보상급여·공무원연금대부금·대여학자금대부금 지급업무 △기타 공단업무와 관련한 지급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2023년 말 기준 금융자산·융자사업 등 약 20조7000억원 자금을 운용 중이다.
시중은행은 입찰에 앞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주거래은행 입찰이 나올 것에 대비해 실무자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역시 “아직 조건이 나오지 않아 정해진 바 없다”면서도 선정절차가 개시되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무원연금공단 주거래은행은 KB국민은행이 30년 가까이 장기 수성 중이다.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은 사실상 핸디캡을 안고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 KB국민은행을 제외한 4곳 시중은행(신한·하나·우리·농협)은 2019년 주거래은행 선정 당시에도 검토 끝에 응찰하지 않았다. 알파(a)금리 가산 등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때문에 당시 사업은 1회 유찰 후 KB국민은행이 가져갔다.
최근 ELS사태로 1조원 이상 손실이 예상되는 KB국민은행이 그 어느 때 보다 적극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다른 시중은행에는 장애물이다. 다만, 최근 시중은행에서 기업·기관 등 B2B 영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추세라 우량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경영진 의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우량기관이라도 이익을 따져볼 수 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은행들이 우량기업과 기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어 공단에 내거는 조건에 따라 참여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이번 선정에서 △정보화사업(100점 만점 중 25) △사업관리(20) △제안금리(20) △재무건전성(15)을 중점평가 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이 재무건정성에서 대부분 만점을 받는다는 것으로 감안하면 제안금리와 시스템구축계획, 유지보수 방안 등 정보화사업 분야에서 주거래은행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금리를 크게 높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정보화사업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열쇠라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보화시스템 구축 초기비용을 감안한 5년 운용 시 이득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번 선정에서 특히 내부통제 기능강화를 통한 자금관리 리스크 최소화를 목적으로 △통합 자금관리 시스템 구축(분산기능 통합 및 검증기능 강화) △금융IT기술 활용 수작업 최소화, 이상 거래 시스템 도입 등 자금집행 과정 오류가능성 원천 차단 기능 △분산된 상시검증시스템 통합 및 기능강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