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 구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금연법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오후 '담배 및 전자담배 법안'에 대한 2차 독회에서 찬성 383표 대 반대 67표로 법안을 하원 심사의 다음 단계로 넘겼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해마다 담배를 살 수 있는 연령이 1년씩 상향된다. 현재 15세인 2009년 1월 1일 출생자부터는 평생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담배를 구입할 수 없다.
법정 연령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 담배를 판매한 상점에는 100파운드(약 17만원)의 벌금을 현장에서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전자담배에 대해 일회용 제품은 금지하고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향이나 포장, 판매 방식을 제한하는 조항도 법안에 담겼다.
정부는 새 제도를 2027년까지 시행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뉴질랜드의 금연법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난 22년 뉴질랜드 의회는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15만 뉴질랜드 달러(약 1억 18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금연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이후 출범한 뉴질랜드 보수 연정이 올해 초 해당 정책을 폐기했다.
앞으로 법안은 위원회 심사와 전체 회의 보고, 3차 독회를 거쳐 하원을 최종 통과하면 상원으로 이송된다. 상원 최종 표결은 6월 중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이 최종 통과해 시행되면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펼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보수당 정치인들은 법안이 그간 보수당이 옹호해온 자유주의적 가치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으며, 내각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이번 법안이 '유모 국가(nanny state)'스러운 정책이라며 정부가 “성인들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시각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모 국가는 정부가 개인을 과하게 보호하려 드는 복지 국가를 비꼬는 말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지난주 캐나다 방문 중에 “(시가 애호가였던) 윈스턴 처칠의 당이 시가를 금지하다니 미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멕시코·포르투갈·캐나다 등도 앞다퉈 강력한 금연 정책을 도입하며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부터 병원과 직장에 이어 공원, 해변 등 거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2040년까지 '비흡연 세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담배 판매 및 공공장소 흡연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