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원회가 빌트인 특판가구 입찰담합을 벌인 한샘, 에넥스 등에 수백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내린지 1주일만에 대리점 상대 갑질 행위를 적발하며, 가구업계 제재를 강화했다.
공정위는 가구 대리점과 거래하면서 판매 장려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판매 목표를 강제하고, 경영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한 한샘, 퍼시스, 에넥스 등 3개 가구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한샘과 퍼시스는 대리점이 결제일에 물품대금을 완납하지 못할 경우, 지급하기로 약정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결제일 이후에 대리점이 완납하더라도 미납금액의 비율, 지연일수에 관계없이 판매장려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았다. 미지급액은 한샘의 경우 총 78개 대리점에 2억6609만원, 퍼시스는 총 25개 대리점에 4303만원 규모다.
공정위는 대리점이 본사에 물품대금을 납부하는 것과 본사가 대리점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연관성이 없음에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조건을 설정했다는 점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위반되는 불이익 제공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한샘은 대리점에게 자신이 공급하는 상품의 판매금액 정보를 자신이 운용하는 경영정보시스템에 입력하게 했다. 에넥스는 대리점에 분기별 판매목표를 강제하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한 27개 대리점에게 총 3억9085만원의 매출 페널티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판매금액 정보가 대리점의 영업상 비밀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중요 정보임에도 한샘이 이를 요구한 행위는 대리점법 제10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경영활동 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에넥스가 판매목표를 강제한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4호, 대리점법 제8조 제1항 위반되는 판매목표 강제 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리점법 제정 이후 가구 제조업체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대리점의 이익을 침해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면서 “중소사업자인 대리점을 보호하는 한편 공급업자(본사)의 법 준수의식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7일 10년간 빌트인 특판가구 입찰에서 담합을 한 가구사를 대거 적발해 한샘에 211억원, 에넥스에 173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