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0] 韓 “역사적 성취 무너져” 李 “비정한 尹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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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총선 하루 전날인 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서울에서 각각 서로를 비난하는 메시지로 4·10 총선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 유세를 마무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준혁 민주당 수원정 후보의 여성 비하 및 역사관 등을 거론하며 후퇴를 막기 위해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에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9일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22대 총선 파이널 총력유세에 참석했다. 지난달 28일 0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던 한 위원장은 유세 일정도 서울로 정했다. 국민의힘이 유세의 처음과 끝을 서울로 정하면서 얼마나 중요한 승부처로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이재명·조국(이·조) 심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이날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동시장 유세에서 “200석으로 조국·이재명 같은 사람이 헌법을 바꿔서 셀프사면하게 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역사적 성취를 다시 무너뜨릴 것인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걸 막기 위해서는 거리로 나가 시위하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김준혁 후보 관련 논란도 정조준했다. 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한 위원장은 서울시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에서 열린 김재섭 후보 지지유세에서 “딱 한 표가 부족하다. (야당이 승리하면) 나라가 나락에 빠질 수 있다”면서 “꼰대 같은 상사가 여성 동료·후배를 모아놓고 모든 것을 음담패설로 연결하고 괴롭히는 성희롱의 시대로 돌아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 대표는 김 후보가 잘못했는데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 대표는 김 후보와 같은 생각이고 이를 옹호하는 것”이라며 “범죄자가 나라를 망치는 데 끝까지 두고 볼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동안 내놓았던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중·성동구 유세에서 “금투세 폐지, 서울·경기 원샷 재편, 국회 세종 이전, 재건축 규제 폐지, 국회의원의 모든 특권 폐지를 약속했다. 5세 무상교육, 자영업자에 대한 육아휴직 허용,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도 2억으로 높이고 부가세율은 낮추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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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선거운동 마지막날인 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윤희숙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용산역 광장에서 '정권심판·국민승리 총력유세'를 펼쳤다. 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가장 마지막에 열린 공식 유세전이다. 민주당이 마지막 유세 장소로 용산역을 선택한 것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서의 총력전을 통해 이번 총선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4·10 총선을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로 규정하고 공세를 높여왔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8일 용산역 광장에서 출범식을 개최하며 윤 정권 심판을 부각해왔다.

그러나 공식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이 대표는 재판 참석으로 제대로 된 유세를 펼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유세 일정 소화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허가 없는 불출석에 구인장을 발부하겠다는 재판부의 경고를 고려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대표는 이날 재판 출석 직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민생과 경제,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정권 심판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쌓아온 대한민국의 성과를 모두 무너뜨렸다. 경제는 폭망했고 민생은 파탄났다”면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은행 이자는 두배, 세배 가까이 올랐다. 생활조차 어려워진 국민이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전세 사기로 모든 재산을 잃은 우리 국민께서 곳곳에서 절규하지만 윤 정권은 아무런 대책도, 관심도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등을 언급하며 윤 정권을 '비정한 정권'으로 평가했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사면권 행사 등도 언급했다. 감정이 격해진 듯 중간에 말을 멈추는 장면도 있었다.

이 대표는 “길거리를 걷던 국민 159명이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어도, 나라를 지키던 군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어도, 진정성 있는 사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로지 은폐에만 혈안이 된 참으로 비정하기 이를 데 없는 정권”이라며 “국민을 존중하지도 국민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고 능멸하는 정권 탓에 이제 정치는 통치와 지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틀막과 칼틀막도 모자라 파틀막까지 일삼은 바람에 피로 일궈낸 모범적인 민주 국가가 2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라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며 “꼭 투표하고 주권을 행사해 정권의 실패를 심판하고 경고장을 확실하게 보여달라. 국민을 배신한 정치세력의 과반 의석을 반드시 막아달라”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