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기, 모든 산업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업무는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제약산업은 상승 변곡점을 지나가는 중이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의 융합을 바탕으로 의약품 범위가 대폭 확장되면서 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은 오는 2026년 약 4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제약산업 성장세에는 디지털전환(DX) 기반의 임상시험 효율화가 기여한 바가 크다. 과거에는 신약 출시에 1조원, 10년 이상의 임상시험 비용 및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비롯한 최신 기술들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맞춤형 약물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사업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도 AI 기반 시스템을 토대로 코로나19 백신을 단 10개월여 만에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디지털 솔루션을 통한 임상시험 효율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변화 속도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CRO 역할을 단순히 부분적 아웃소싱 개념으로 한정해왔기 때문이다. 연구 피험자 적합성 여부 심사부터 유효성 및 안전성 데이터 수집, 환자 및 의료 데이터 관리, 약물감시(PV), 규제 현황 모니터링 등 임상시험 과정에서의 수많은 업무들은 파편화된 경우가 많았다. 기존 CRO들은 부분적, 분절적인 업무에 대해 개별적인 대응으로, 시스템이 아닌 인력에 의존한 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임상시험 영역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비즈니스에서 수작업 비중이 높다면 비용적인 부담이 증대된다. 또 신속한 의사결정 및 적시 대응 능력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게 미흡하거나 최신 연구방법 채택에도 한계를 겪게 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보 보안 및 규정 준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미흡해지는 것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협업 파트너로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대응이 가능한 임상시험수탁기관으로 진화해 기존 업무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증례기록서(CRF), 전자건강기록(EHR), 환자자기보고(PRO), 검체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 수집, 정제, 분석 업무 프로세스들이 끊임없는 흐름(Seamless)으로 이뤄져야 하기에, 임상시험 전반에 걸쳐 효율적 대응이 가능해지도록 운영과 솔루션이 결합된 원스톱 서비스 체계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CRO가 디지털 기술을 매개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임상시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시간적, 비용적 리소스 절감 효과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프로젝트 데이터 품질을 향상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 신뢰성도 높아진다. 과거에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혁신적인 방식의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게 돼 더 큰 기회를 마주하게 될 공산이 크다. 전 세계 네트워크와 연결이 용이해져 효율적인 글로벌 임상시험 협업이 가능해진 것도 큰 이점이다.
그동안 CRO가 규제 및 안전성, 기술적 이해의 한계,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약산업은 이미 커다란 변화의 바람을 맞이했고,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된 현시점에서 임상시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공급받을 수 있는 파트너십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제는 CRO 입장에서 부분적인 업무를 대신 수행해주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됐다. 디지털 역량 기반의 컨설팅을 통해 임상시험 수행에 대한 전략적 조언을 제공하고,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파괴적 혁신 없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지금, 임상시험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운 기업들은 디지털 역량 확보를 위한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새로운 생태계 선점을 위해 쉬지 않고 협업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 디지털 전환을 주저한다면 성장의 시계는 그대로 멈추게 될 것이다. 다가올 CRO 미래, 이제 Contract에서 Consulting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김민석 제이앤피메디 사업본부장 ms.kim@jnp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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