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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 조지아 주 달튼 공장. 사진 한화솔루션

한국 태양광 기업이 전략 시장으로 선택한 미국이 저가 동남아산 제품에 점령당했다. 미 정부가 한시적으로 관세 부과를 유예한 틈을 타 저가 제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는 현지 생산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높아 한화솔루션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가격이 역대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태양광 모듈 가격은 와트당 10센트 안팎이다. 이는 세계에서 태양광 모듈 가격이 가장 낮은 중국 시장 수준이다.

글로벌 태양광 제품 공급과잉 국면에서도 미국 시장은 가격이 비교적 유지되는 시장으로 인식됐다. 지난해 상반기, 세계적으로 모듈 가격이 40% 이상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미국 내 하락폭은 10~15%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남아산 모듈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불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의 동남아산 모듈 수입량은 50GW로 역대 최대다. 이는 미국의 지난해 태양광 추정 설치량 40GW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하반기에만 약 30GW 이상이 수입됐다.

동남아산 모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한 결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지난 2022년 6월, 동남아산 태양광 모듈의 관세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자국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동남아산 태양광 제품의 밀어내기 공세가 심화하면서 수입량은 폭증하고 있다.

이중 상당량은 중국산으로 추정된다. 중국 기업은 자사 태양전지 등을 동남아에서 모듈로 조립해 미국 등 국가에 수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2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이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동남아산은 IRA 세액공제를 받는 미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 블룸버그NEF는 미국산 대비 동남아산 모듈 가격이 15~20%가량 낮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IRA 세액공제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기대한 현지 진출 기업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폴리실리콘·모듈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한화솔루션은 모듈 가격 하락으로 점유율·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2일 한화솔루션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6045억원 대비 6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케미칼 부문은 바닥 탈출이 예상되지만 태양광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권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모듈 제조 부문에서 5523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폴리실리콘 제조사 OCI홀딩스도 최근 유탄을 맞았다.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이 미국 태양광 웨이퍼 제조사 큐빅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취소됐다. 태양광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해 큐빅이 웨이퍼 생산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다만 OCIM이 최근 중국 트리나솔라의 베트남 공장에 폴리실리콘을 공급하게되는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미국은 동남아시아를 거쳐 수입한 중국 물량에 오는 6월부터 2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지만 시장 상황이 일거에 개선되긴 힘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태양광 기업 관계자는 “6월에 관세 부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지만 이미 미국 시장에 상당량의 동남아산 재고가 쌓였다”면서 “유예조치 종료를 앞두고 지금도 초저가에 제품을 밀어내고 있어 가격이 회복되는데 상당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