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판매 2.4조…5.2% 줄어
독감 백신 수요 급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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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의약품 시장이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요를 견인하던 독감 백신 등 공급이 주춤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공의 집단이탈'로 촉발된 병원 축소 운영 영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올해 제약·바이오 시장 성장에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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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마저 가시화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외래에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의약품 경상금액(총 판매액)은 2조4787억원으로 전월(2조6031억원) 대비 5.2% 감소했다.

국내 의약품 월별 경상금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반등해 올해 1월까지 매월 전월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의약품 매출이 5개월 만에 역성장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던 코로나19, 독감 백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한 '트윈데믹'이 확산으로 백신도 덩달아 수요가 급증,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따뜻해진 날씨와 백신 공급 과잉, 예방 접종 효과 등이 나타나면서 코로나19, 독감 백신 수요도 급격히 줄었다. 특히 독감 백신은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낮추는 출혈경쟁이 일어나는 동시에 일부 제약사는 폐기까지 검토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위축 속에서 '전공의 파업'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월 병원 축소 운영이 시작되면서 일부 의약품과 의료 소모품 구매가 줄었다는 것이다.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2월 20일부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 집단으로 병원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병원들도 이 여파로 2월 말부터 외래와 입원, 수술 등을 20~30% 가량 줄였다. 국내 의약품 매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병원이 갑작스럽게 환자를 줄이면서 덩달아 의약품 구매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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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약품 경상금액

실제 수액 등 필수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는 물론 고가의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를 공급하는 제약업체까지 전공의 이탈 여파가 서서히 매출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의·정 갈등이 심화되며 장기화 조짐까지 보인다는 점이다. 수도권 '빅5' 병원뿐 아니라 지방 수련병원까지 전공의가 이탈하고, 의대 교수들까지 외래·수술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요 병원은 병동을 축소하거나 통·폐합까지 나선 상황이다. 환자 수가 줄면서 의약품 공급도 줄어 매출까지 악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경상금액은 29조3772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0.00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정체인 상황에서 올해는 의대 증원 사태로 역성장까지 걱정할 처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국내 의약품 시장 역성장은 작년 말 집중된 재고 처분과 독감백신·치료제 수요 둔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약품 수요 위축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형병원 대상 항암제와 면역계 치료제 등 고가 의약품 영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장기적으로 매출 성장을 억누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