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e스포츠와 인터넷 중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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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트위치는 단순한 게임 방송 플랫폼 이상으로 e스포츠 팬들이 모여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 역할을 해왔다.

2011년 서비스 시작 이후 한국 e스포츠의 성장과 함께 발맞춰 왔던 트위치의 갑작스러운 철수는 단순한 플랫폼 서비스 종료를 넘어 국내 e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사건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프로게이머'와 '게임 리그' 개념을 확립한 나라다. 세계 최초 '게임 전문 TV 채널'이 탄생한 곳도 한국이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 출시와 함께 우리나라 e스포츠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전국의 PC방은 게임 공간이자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고수'를 보는 재미가 흥행을 이끌었다. 지역 대회부터 프로게이머라는 개념까지 등장하면서 e스포츠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어 온게임넷, MBC게임 등 게임 전문 방송의 등장은 e스포츠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6년 슈퍼파이트 경기 중계를 시작으로 국내 인터넷 벤처회사 곰TV는 온라인 게임 중계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했다. 인터넷 중계의 장점을 살려 멀티 화면 중계, 실시간 채팅 서비스 등 혁신적인 중계 시스템을 도입해 시청자에게 더욱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승부조작 사건을 계기로 여러 기업이 후원을 중단하면서 e스포츠 시장은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등장은 e스포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LoL의 인기를 상징하는 대회는 바로 롤드컵이다. 2023년 롤드컵 총 상금은 약 73억원에 달한다.

2010년대 중반부터 국내 e스포츠 산업은 중계 방송 플랫폼의 다양화를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됐다. 트위치, 아프리카,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e스포츠 중계를 본격화하면서 시청자가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약 2조원, 국내 시장은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e스포츠는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e스포츠 시장은 중국이다. 글로벌 e스포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직접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e스포츠 산업 연맹을 설립하기도 했다. 베이징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에서도 e스포츠 학과를 신설했다. 미국에서도 e스포츠는 의학, 교육,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육군, 해군, 공군은 e스포츠팀을 창단해 신병 모집에 활용하고 있다.

트위치는 국내 망 사용료가 다른 국가보다 월등히 높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트위치는 화질을 낮추고 VoD(다시보기)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으나 망 사용료를 내면서 수익성이 없었다고 했다. 이는 트위치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청자가 스트리머에게 제공하는 후원 수수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트위치 사용자는 외부 업체를 통한 후원 비율이 높아 수수료 매출이 크게 발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트위치가 제기한 망 사용료 논란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료에 따르면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데이터 사용량은 약 66%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 시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e스포츠는 인터넷 중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 왔다. 이번 트위치의 한국 시장 철수는 e스포츠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망 사용료 문제 해결, 다양한 수익 모델 개발, 인프라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 등 국내 e스포츠 시장의 지속적 성장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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