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여개 수출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내후년부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시행된다. 탄소 배출량 산정부터 친환경 공정전환 등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지원 근거가 될 법안은 통과가 요원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3월 대표발의한 중소기업 탈탄소경영 혁신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모두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오는 5월 종료되는 21대 국회 임기까지 처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자동 폐기 수순이 될 전망이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중소벤처기업부가 5년 단위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계획을 수립하고, 탄소중립 관련 심의·의결 기구와 정책 이행기관을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가 각각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세계적인 탄소 감축 강화 기조에 중소기업이 영향받을 수 있어서다. 오는 2026년 1월부터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우선 적용하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CBAM은 EU에 수출하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 제도다. 현재는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지만, 2026년부터는 탄소배출량을 검증해야 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면 CBAM 인증서를 의무 구매해야 한다. 6개 품목을 EU에 직·간접 수출하는 중소기업도 해당 대상이다.
문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대·중견기업에 비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보와 자본,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9월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황조사에서 응답기업의 78.3%가 EU CBAM을 모른다고 밝혔다. 탄소배출량 측정, 보고검증체계 구축 등 대응 기초정보를 파악한 기업은 21.1%에 불과했다.
중기부는 EU CBAM 본격 시행이 촉박한 만큼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6대 품목 EU CBAM 이행이 필요한 중소기업 수는 1400개 안팎으로 추산된다. 중기부는 올해 탄소배출량 산정 컨설팅과 검증보고서를 제공하는 CBAM 인프라 대응 구축사업을 편성했다. 지원 대상은 대상기업의 10% 미만인 약 110개사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자체 비용으로 인증을 진행하면 수출로 인한 영업이익이 고스란히 사라진다”면서 “인증을 취득하지 못하면 수출이 어려워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 등 지원으로 중소기업 저탄소 공정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기부도 석회가공업, 금속가공업, 섬유제품 제조업 등 고탄소 배출 업종의 저탄소 설비 R&D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5년 단위 중장기 지원 계획 수립을 위한 탄소중립 특별조치법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 부처 차원에서 EU CBAM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탄소중립은 현재 상황 내에서 최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