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고재원 DGIST 뇌과학과 교수 “시냅스 연구로 뇌질환 치료 실마리 찾겠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간 정보를 주고받는 장소인 시냅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그리고 시냅스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뇌질환이 생기는지에 관한 기초신경과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고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는 200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 진학한 뒤 김은준 생명과학과 교수(현 석좌교수) 연구실에 합류, 시냅스 연구를 시작하면서 지난 24년간 뇌질환 치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외길만을 걸어온 신경과학분야 석학이다.

Photo Image
고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

고 교수는 KAIST 학부시절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며 신경과학에 깊이 빠지게 됐다. 신경과학은 당시 국내 연구자가 몇명 안 될 정도로 적고 초기연구단계지만 생물학, 심리학, 화학, 공학, 물리,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 융복합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고 한다.

시냅스 연구는 박사후 연구원으로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에 재직하면서부터였다. 2013년 인간 생명 활동에 필수인 세포의 물질 운송 메커니즘을 규명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시냅스 연구 권위자 토마스 쥐트호프 교수와 함께 일을 하며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국내로 돌아온 그는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생화학과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2017년 2월 DGIST에 부임하면서 자신만의 시냅스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2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리더연구사업에 선정된 후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도 꾸렸다. 최대 9년간 70억원 내외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연구단은 뇌기능을 매개하는 핵심 단위인 뇌 신경세포간 특수 접점구조인 시냅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며, 또 변화하는지를 이해해 궁극적으로 뇌 네트워크 특성을 결정하는 법칙을 도출하려고 합니다.”

고 교수는 신경과학분야에서 오랫동안 풀지 못한 난제에 대한 해답찾기에 나섰다. 시냅스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분자 기전을 밝혀냄으로써 알츠하이머, 조현증, 자폐 등 뇌 관련 질환의 발병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치료방법을 발굴하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조금씩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고 교수가 이끄는 연구단은 최근 뇌 신경회로를 구성하는 분자암호가 특정 흥분성 시냅스 특성을 조절해 새로운 사물 위치 기억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성 시냅스 특성을 조절하는 분자 기전을 규명하는 후속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고 교수는 특정 흥분성 시냅스 특성을 정교하게 조율해 관련 뇌발달 장애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시냅스의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단일 시냅스에만 1000~2000개의 유전자가 있고, 유전자 하나를 연구하는데만 수십년이 걸린다. 뇌 연구가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 이유”라면서 “뇌영역과 신경회로, 시냅스에서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자법칙을 찾는 중장기 목표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2011년 청암펠로우십, 2014년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상, 2016년 제20회 젊은과학자상, 2017년 DGIST 최우수학술상, 2022년 DGIST 최우수연구상 등을 수상했다. 차세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운영위원 등 다양한 학술단체에서 봉사직책을 맡고 있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