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마찰 우려 '플랫폼법' 다시 꺼내든 공정위원장 '논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미 재검토를 선언한 플랫폼법 세일즈에 다시 나서 논란이다. 구체적인 안도 없이 막연히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한 위원장의 목소리에 업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통상마찰 우려를 표했음에도 공정위가 독자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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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오찬간담회가 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한 위원장이 '2024년 공정거래 정책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 위원장은 7일 오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오찬 강연에 참석해 “신속·효과적으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플랫폼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유럽형 모델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빅테크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를 전면 시행한다. 구글, 애플, 메타 등 6곳이 사전규제 대상으로 선정됐다.

업계는 특히 지난달 뉴욕타임즈(NYT)가 플랫폼법에 대해 '한미 양국간의 경제 관계에 부담을가중시켰다'라고 보도한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도 플랫폼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공정위가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클리트 윌렘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플랫폼법이 현실화되면 무역확장법 301조(불공적 교역 관련 구제조항) 발동 등 양국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경제 부분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의 플랫폼법은 중국 기업 등은 겨냥하지 않고 있다”며 “법안 발의가 현실화되면 한미 통상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의회전문매체 더힐 기고를 통해 “한국의 새 플랫폼 규제가 마련될 경우 미국과 한국 기업들은 수년간 퇴보시키면서 중국공산당이 통제하는 기업들은 미래의 디지털 플랫폼 개발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국무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공정위의 이와 같은 행보에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날 암참 행사에 불참하는 등 항의 의사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학계, 투자업계, 스타트업업계, 한국 정부, 국회, 미국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쳐 플랫폼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고,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며 “플랫폼법을 제정해야할 명분도 방향성도 잡지 못한채 입법만 강행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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