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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가 올해 출시하는 신형 타이칸 (포르쉐 제공)

포르쉐 전기 스포츠 세단에 실리콘 함량이 8%로 늘어난 음극재가 탑재된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차량 중 실리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충전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신형 타이칸(페이스 리프트 모델)에 실리콘 함량이 8%인 음극재가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리콘 음극재는 국내 대주전자재료가 만들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이 이 음극재를 바탕으로 최종 배터리를 만들어 포르쉐에 공급한다. 신형 타이칸은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포르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형 타이칸은 전작보다 충전속도가 크게 개선됐다. 1세대 타이칸의 경우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7분인 데 반해 신형은 18분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이는 실리콘 음극재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세대 타이칸에는 실리콘 함량이 5%인 음극재가 적용된 반면 이번에는 8%로 늘었다.

실리콘은 현재 음극 소재로 널리 쓰이고 있는 흑연보다 10배 많은 이론 용량을 갖추고 있다. 이는 더 많은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실리콘이 많을수록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충전속도도 단축시킬 수 있다.

단 실리콘은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최대 400%까지 팽창할 수 있다. 실리콘이 팽창하게 되면 균열이 생기고, 배터리 손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는 흑연에 실리콘을 5% 정도 첨가하는 방식이 적용돼왔다.

포르쉐는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 대주전자재료와 협력해 실리콘 음극재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5% 수준이던 실리콘 함량을 8%까지 끌어 올리고, 또 이를 실제 전기차에 적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포르쉐 타이칸은 가격이 1억원을 넘는 고가의 세단이다. 품질 기준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데, 포르쉐·LG에너지솔루션·대주전자재료는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5% 첨가한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하며 전 세계 전기차 시장과 기술을 선도한 데 이어 또 다시 한계 극복에 성공해 주목된다.

대주전자재료는 국내 유일하고, 세계적으로 드물 게 전기차용으로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트론 GT에 이 회사 제품이 적용됐다.

포르쉐가 실리콘 음극재로 전기차 성능을 개선하면서 수요가 증가, 적용 차종이 늘고 있으며, 실리콘 혼합 비율도 높이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현재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는 전 세계 약 1만여톤이다. 전체 음극재 시장에서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급속충전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요구와 맞물리면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차전지 음극재 시장에서 실리콘 음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7%, 2035년 10%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겨울 북미 한파로 방전되는 전기차가 나타났는데, 한파에 빨리 소모되는 배터리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음극재 내 실리콘 함량을 10% 수준으로 늘릴 경우 80% 급속충전에 10분대 설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