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후 이용건수 2배↑
정책에 따라 서비스 축소 불안
'의사 압박 수단' 활용도 문제
전공의 이탈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한 지난달 23일 이후 비대면 진료 이용건수가 이전 대비 약 2배 늘었다. 하지만 관련 플랫폼 기업들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서비스 축소와 확대가 반복되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전면 허용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후 올라케어, 나만의닥터, 솔닥, 닥터나우 등 대부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이용건수가 1.5~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일평균 진료 건수가 1500건 내외에서 현재 2250건~3000건 수준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 증가는 바람직하지만 언제 서비스가 축소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서비스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A 플랫폼 업체 대표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전면 확대해 대응했다가, 사태가 종료돼서 축소하면 업체들은 힘들다”면서 “이용자가 늘면 기업이 고객만족(CS)이나 운영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서비스가 언제 종료될 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인력 채용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할 때 스타트업은 적자가 나더라도 운영하고 이 기간을 거치면서 성장하는데, 투자자 입장에선 정책 방향 불확실성 때문에 비대면 진료 기업에 투자하기 어렵다”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게 가장 큰 고충”이라고 토로했다.
비대면 진료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의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게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B 업체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맞춰 비대면 진료를 열어야 하는데, 의사 파업 대안이나 압박 옵션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는 것이 불행한 일”이라면서 “이런 파업이 없었으면 전면 허용하는게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C 업체 대표도 “정책 연속성이 있으면 마음이 편할텐데, 결국 언제 끝날지 모르다는 걱정이 있으니 비가역적으로 중대한 선택을 하긴 어렵다”면서 “이번에도 비대면 진료 효용성이 증명되면 법제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면적으로 의원급이 아닌 병원급의 비대면 진료를 열었지만, 이를 연결할 플랫폼은 거의 없다.
A 업체 대표는 “병원급 기관과 비대면 진료 하는 것을 논의하다가 오히려 지금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면서 “전임의들이 전공의가 빠진 자리를 메우느라 바빠 논의가 중단됐고, 병원급 서비스를 홍보하기도 어려워 시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확대됐지만, 약 배송은 여전히 제한돼 있어 반쪽짜리란 시선은 여전하다. 약 배송을 풀면 정부의 전선이 약사회까지 확대되니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원산협은 지난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 효과 및 국민 체감사례'를 발표하며 비대면 진료 이용자 대다수가 약 수령 절차 개선 등 적극적 제도 개선을 기대하는 만큼, 정부가 의료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