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급망 구축 日 의존 축소
얇게 만들고 발열 개선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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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개발한 36GB HBM3E 12단 제품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수직 적층할 때 쓰는 접합 소재 '비전도성접착필름(NCF)' 공급망을 이원화한다. 기존 일본에서 전량 들여왔던 NCF를 국산화하고, 공급 업체를 추가할 계획이다. 차세대 NCF를 LG화학과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화학은 HBM 발열을 최소화하고 기존보다 얇은 NCF를 개발하고 있다. NCF는 D램을 여러 단 쌓는 HBM에 쓰이는 소재다. D램에 초미세 구멍을 뚫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후 위·아래로 접합할 때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열압착(TC) 방식으로 NCF를 붙이고 있다. 마이크론도 NCF 방식이며, SK하이닉스는 다른 소재(MUF)를 사용 중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소재업체 레조낙(옛 쇼와덴코)이 만든 NCF를 들여오고 있다. 삼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가운데는 이례적으로 단독으로 공급체계(솔 벤더)다. 삼성전자가 LG화학과 NCF를 개발하는 건, 핵심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 제조에 꼭 필요한 소재인 만큼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이 단순 공급망 확대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제품을 LG화학과 공동 개발하는 점도 주목된다. HBM에서 NCF는 발열과 반도체 높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발열을 개선하고 보다 얇게 만들어 HBM 높이를 낮추려는 삼성의 개발 의지와 공급망을 국내 두려는 계획이 복잡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엔비디아 뿐 아니라 인텔과 AMD 그리고 신생 AI 반도체 기업까지 등장하면서 AI 반도체용으로 HBM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올해 HBM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2.5배 늘리기로 했다. 생산량 확대에 따라 NCF 사용량도 급증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LG화학과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그동안 업계에서 삼성전자 HBM은 경쟁사 대비 발열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문제는 소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HBM3E 등에 전보다 개선한 '어드밴스드 TC-NCF'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소재 기술을 LG화학과 협력에서 찾아낼지 눈길이 쏠린다. 삼성이 최근 공개한 36기가바이트(GB) HBM3E도 NCF 신소재로 수율과 품질을 개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변화를 처음 추진하는 소재여서, 초기 개발 제품은 일부 HBM에만 적용했다가 점진적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