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적자'를 외치던 쿠팡의 도전이 13년 만에 연간 흑자라는 결실을 맺었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혁신은 촘촘한 물류 네트워크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통한 생태계 구축이 뒷받침된 결과다. 새벽배송, 유료멤버십 등 쿠팡이 내놓은 결과물은 단순히 쿠팡의 성장 뿐 아니라 고객의 눈높이가 돼 유통 시장 질서를 바꿨다.
수익 기반을 다진 쿠팡은 넥스트 스텝을 준비한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쿠팡의 시선은 풀필먼트 서비스와 대만, 온라인 명품에 향해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28일(한국시간) 콘퍼런스콜에서 “설립 초기부터 우리는 '새로운 역량을 만들기 위한 이니셔티브(계획)'에 도전해왔다”며 “비즈니스에 유의미하고 수익을 내기까지 수년간의 투자와 끈기, 인내가 필요했던 과감한 시도였다”고 지난 시간을 평가했다.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한 쿠팡은 분기 흑자 전환에 8년이 걸렸다. 촘촘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조 단위 적자도 감수했다. 인공지능(AI)·로봇 등을 도입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상품군을 확장하며 고객의 삶에 침투하는데 노력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온라인 소비 활성화를 유도하면서 거래액이 커졌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자 본격적인 이익 성장 구간에 진입했다.
쿠팡이 전통 유통 대기업을 제칠 수 있던 비결은 로켓 네트워크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한다'는 로켓 네트워크는 고객 편의성을 제고했을 뿐더러 중소 셀러의 고속 성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쿠팡 풀필먼트 상품 80% 이상은 중소기업 제품이다. 지난해 4분기 쿠팡 풀필먼트·택배(FLC)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했으며 참여 업체 수도 80% 이상 늘었다.
유료 멤버십 '와우' 또한 흑자 달성 비결로 꼽힌다. 와우멤버십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등 이종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을 쿠팡 생태계에 붙잡아 두는 '락인 효과'를 증폭시켰다. 그 결과 쿠팡은 활성 고객을 늘리고 구매액도 키우는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말 기준 와우 멤버십 회원은 14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고객 1인당 매출은 41만1600원(312달러)로 3% 성장했다.
쿠팡은 또 한번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비중은 한국 전체 소매시장 규모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쿠팡의 한국 내 성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성장 여력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쿠팡의 성장사업 매출은 1조299억원(7억8900만달러)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쿠팡은 대만 시장을 점진적인 투자처로 삼고 있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성장과 규모, 영향력 측면에서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22년 10월 대만 내 로켓배송·로켓직구를 론칭한 이후 현지 고객과 매출은 지난해 3·4분기 동안 두 배 증가했다. 한국에서 수 년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대만에서 활용해 더 빨리 수익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쿠팡이츠·쿠팡플레이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2분기 초 와우멤버십 할인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주문량이 두 배 늘었다. 쿠팡플레이 애플리케이션(앱)은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올해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독점으로 선보이며 경쟁력을 키운다.
지난해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와 시너지 창출 방안도 모색한다. 김 의장은 “투자 약정 외 추가 투자 없이 파페치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몇 년 후 쿠팡이 어떻게 명품 패션에 대한 고객 경험을 변화 시키고 파페치에 전략적 가치를 담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