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거점 국립대 교수들이 의료대란 문제를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 교수회장으로 구성된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거국련) 회장단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의료단체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료 정책 수립에 협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의대 증원 계획을 수립하면서 교육계·학문생태계(이공계)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농촌과 중소도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크게 늘린다고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할지, 필수진료 과목 의사 수급 부족이 해결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런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자신들의 정당성만 강조하며 의료대란을 심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2천명 증원은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이라며 협상조차 거부하는데, 증원에 앞서 이뤄져야 할 시설 보완이나 재원 확충, 교수 확보는 아직도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정된 교육여건임을 알고도 근시안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과도한 증원 요청을 한 일부 의과대학과 그 대학의 총장들은 증원에 반대한다고 급히 태도를 바꿨다”며 “전공의 태반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의대생 또한 대학을 떠날 준비를 하고, 환자들의 원망과 국민의 우려가 온 나라를 뒤덮는데 누구 하나 이런 사태와 말 바꿈에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거국련은 “현재 상황을 개탄하며, 의과대 정원 문제가 백년대계인 교육과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문제가 초래된 데 대해 국민 한 분 한 분께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공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책임 있는 의료단체와 공식적인 대화를 즉시 시작하고, 2천명 증원 원칙을 완화해 현실을 고려한 증원 정책을 세워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또 “일부 대학 책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에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것에 사과하고,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 실효성을 극대화하려면 교육계·산업계도 협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는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이번 위기를 미래지향적인 의료체계·의학교육, 건전한 입시문화를 만드는 동력으로 활용하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