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스타트업의 AI, 데이터 속에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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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All Together, All On'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의 슬로건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 슬로건에 대해 “모든 기술과 산업이 함께 인간 사회가 직면한 큰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CES 참가한 대다수 기업은 그 해결책으로 인공지능(AI)을 제시했다.

먼 미래의 기술로 상상했던 AI는 실험실 바깥으로 나와 자연어를 인식하며 가전, 모바일,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기존 전통 산업에 모두 융합(All On)됐다. 서로의 언어를 알지 못해도 외국인과 자유롭게 통화를 하고, 매일 아침 찍은 얼굴 사진으로 맥박, 산소포화도, 스트레스 등을 분석하거나 전기차가 알아서 충전을 하고 스스로 주차를 하는 모습은 이제 현실이 됐다.

오픈AI와 오픈리서치, 펜실베이니아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출현할 AI는 단순 노동직보다 전문직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AI가 이들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 섞인 우려마저 나온다. 그러나 가장 큰 위협은 AI 자체가 아니라 생성AI를 능숙하게 활용해 작업 속도와 효율을 극적으로 높여 성과를 보이는 '호모 프롬프트'가 될 것이다.

풍이 불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법률서비스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리걸테크 스타트업도 SaaS 형 AI를 통해 변호사의 업무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이나 법률 데이터를 학습한 챗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이어드컴퍼니도 초단위로 매칭되는 변호사와의 실제 상담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매칭 최적화 AI를 준비하고 있다. 보수적이던 법원 등도 AI 활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판사의 업무처리 효율을 늘리기 위해 '재판 지원 도우미 AI' 도입을 준비 중이다. 공군검찰단도 지난해 11월부터 군검사와 수사관들이 군내 형사사건 처리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AI 기반 차세대 검찰 사건처리 시스템(AI 사건처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제 법조인은 판결문 등 문서 검색·분류와 외국어 번역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는 AI에 맡기고, 소송 전략 수립과 같은 업무에 주력하며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법적 문제에 부딪힌 국민은 실제 법률상담 사례를 학습한 AI봇을 통해 변호사를 만나기 전 간단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스타트업이 장밋빛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데이터다. AI는 결국 본질적으로 모델과 데이터의 결합체다. 고도의 비용이 요구되는 모델 제작이 어렵다면 팀 고유의 데이터를 반드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새로 출시되는 모델일수록 데이터는 그 자체로 정체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신중함이다. 너도나도 AI를 외치는 상황에 휩쓸려 단지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작한 AI는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팀 고유의 데이터와 시장의 상황을 끊임없이 관찰하여 '쓸 수밖에 없는' AI 제작에 뛰어들어야 한다. 정신력은 한정된 자원이고 수요 없는 서비스는 연비가 낮다.

이제는 대기업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거대 테크 회사들의 발표를 쫓다 보면, AI는 거인만의 전장터로 느껴질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AI 원천은 결국 데이터인 만큼 끊임없이 프로젝트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또 시장의 수요를 신중히 관찰한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을 것이다.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sonsh@lawired.co.kr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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