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논란과 관련해 1년 전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 뮤직을 제외하고 광고 제거 기능만 쓸 수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국내에선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뮤직은 동영상 분야 영향력에 힘입어 지난해말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 1위에 올랐다.
◇현장조사 후 1년=공정위는 지난해 2월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GFC) 건물에 있는 구글코리아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직 결과는 감감 무소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답변이 불가능하다”며 “플랫폼 조사에는 통상적으로 4~5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멜론 벅스 지니뮤직 등 국내 음원플랫폼을 이용하려면 최소 월평균 7000~80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월 1만4900원)에 가입하면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을 무료로 제공한다. 당시 공정위는 멜론과 지니뮤직 등 다른 음악 스트리밍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끼워팔기' 해당 여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영상 플랫폼 시장 영향력을 바탕으로 음악 스트리밍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저렴한 상품 내놔야=구글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등 42개 국가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족요금제'를 제공한다. 다만 한국에선 운영하지 않고 있다. 가족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는 같은 주소에 사는 최대 5명의 가족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인증을 거친 학생에게 최대 60% 가량 요금할인을 해주는 학생 멤버십 또한 80여개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용할 수 없다.
한국은 유튜브 뮤직만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요금제, 유튜브 뮤직에 광고 제거 기능을 더한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 등 2가지만 존재한다.
이에 따라 구글이 유럽에서 운영중인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가 국내에도 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구글이 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운영 중인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는 유튜브 뮤직을 빼고 광고 제거 등 기본 기능만 제공한다. 대신 가격은 프리미엄 요금제의 반값 수준이다. 음악을 듣지 않는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심한 유럽에서는 저렴하고 다양한 유튜브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단일 요금제만 운영한다”며 “구글 실적에만 좋은 영향을 끼치는 판매 행태를 공정위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유튜브는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한 바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인해 유튜브 뮤직의 경쟁상대인 국내 음원플랫폼들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구글이 마음 놓고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며 “유튜브 뮤직이 독점사업자가 되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측은 이와 관련, 응답을 주지 않았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유튜브 뮤직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멜론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22년 1월 769만명에서 지난해 12월 624만명으로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200만명 이상 MAU가 늘어난 유튜브 뮤직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다른 국내 업체들도 모두 감소세여서 '국산 음원 플랫폼' 위기설이 나오는 상황이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