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 약진이 위협적이다. 디스플레이는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국내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배터리는 막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CATL과 비야디(BYD)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견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술 역시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로봇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서빙로봇은 이미 국내 시장을 점령했다.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2022년 기준 중국산 서빙로봇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3.4%라는 통계도 있다. 업계는 중국 서빙로봇 점유율이 더 높아져 70%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로봇 산업계가 위기의식을 느끼는 건 중국 제품 침투가 서빙로봇에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부가 제품이자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협동로봇이나 자율주행로봇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협동로봇은 국내 제품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배송이나 물류용 자율주행로봇도 단가와 품질 모두 국내 업체를 빠르게 추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중국 로봇의 기술력도 뛰어나 국내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로봇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로봇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2030년까지 80%로 높이고, 로봇산업 인력 1만5000명 이상을 양성하는 내용이 담긴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중요한 건 시행과 실천이다. 기업 목소리를 반영해 기술·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로봇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조성과 인력 양성 방안 등이 공염불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