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계가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활동을 저해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 중단을 촉구했다. 토종 플랫폼 기업만 규제에 적용돼 역차별에 해당하고, 위축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고사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여성벤처협회 등 혁신 벤처·스타트업 단체들은 18일 플랫폼법 제정 논의 중단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플랫폼법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하고, 자사 우대 행위·끼워팔기·최혜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 후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사전 규제를 받을 수 있고, 유튜브·구글·알리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만 규제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작 미국 행정부도 미국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 벤처·스타트업 단체는 “플랫폼법 제정은 '규제 혁신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는 윤석열 대통령 과거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규제 필요성만 강조되고 본질적 목적인 벤처·스타트업 혁신과 성장을 입법 과정에서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규제가 부여되기에 시대 흐름과 역행한다고도 지적했다.
4개 단체는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모험자본시장 위축과 혁신 벤처생태계 축소로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위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단체는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중간 회수시장을 활성화했던 플랫폼 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면서 “입법이 이뤄지면 회수시장 축소와 '회수 후 재투자'로 이어지는 창업생태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혁신 벤처·스타트업 단체는 일방적인 규제 입법이 아닌 규제 해소 논의에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4개 단체는 “미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규모와 속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지금은 규제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면서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규제 개혁에 민관이 같이 힘을 모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