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통위 5인 회의를 기다리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 정쟁의 한 가운데 섰다. 극한 대립과 갈등이 방통위 정상가동을 사실상 멈춰세웠다. 지난해 11월 30일 45차 서면회의를 끝으로 서면·출석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2008년 설립 이래 최장기 개점휴업이다. 매우 이례적이다. 방통위가 위치한 과천 역시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는 여의도와 뭐가 다른가.

방통위는 5인 합의제 행정기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문체부 등 독임부처와 출범 목적과 DNA가 다르다. 정상화의 길은 무엇인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서 단초를 찾아야 한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의 잣대는 걸림돌이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 시각은 그러지 못한 듯 하다. 물론 현 정부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역대 정부도 정권만 잡으면 방송을 접수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현행 2인 심의 의결 체제는 상식적이지 않다. 여(3):야(2) 5인 체제가 합리적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고, 빨리 가려면 돌아가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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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정치와 국정은 니편 내편, 착한 놈 나쁜 놈으로 접근하는 2차 방정식이 아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장이다. 이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는 현 대한민국에서도 혐오 정치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속한 진영이 아니면 타자화 된다. 타자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로 등치된다. 배척의 대상이다.

실제 정부 출범 후 방통위는 공격과 방어,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지난해 5월 자리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몇몇 공무원은 고초를 치뤘다. 고래싸움에 공무원들에 불똥이 튀었다.

그러던 사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역시 탄핵을 앞두고 사퇴했다. 보도채널 YTN 매각 문제는 시계제로 상태다.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는 해를 넘겼다. 당초 작년 말 34개사, 141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가 처리돼야 했었다. 과제는 산적하지만, 처리는 물리적·시간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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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부국장

2인 체제는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다. 작위적 인적 구성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김홍일 위원장, 이상인 부위원장 역시 안건 심의 의결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이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건에서 제동을 걸지 않았던가.

이제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5인 합의제 행정기구를 규정한 방통위법 취지를 살펴야 한다. 정치적 다양성이라는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자. 상임위원 후보 3인을 조속히 추천받아 정상가동해야 한다. 증오와 혐오를 떠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상임위원 인선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용산시대에 맞는 문법은 무엇일까. 선과 악을 구별하고, 죄와 벌을 다루는 데서 나아가야한다. 이분법적 잣대로는 분열과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국민통합도 요원한다. 이제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살다보면 비정상으로 여겨졌던 일상과 업무방식이 어느 순간 익숙한 삶의 일부분이 된다. 이른바 '뉴-노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은 정상이 될 수 없다. 서초동과 동일체로 공고화된 '아비투스'의 대전환을 기대해 본다.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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