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 '11년만의 멜로손끝, 새로운 도전소통의 그림'(인터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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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기자

“정서적으로 많은 공감, 관계의 무게나 사유의 깊이가 더 현실적으로 강조된 작품” 배우 정우성이 11년만의 멜로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이같이 정의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 주연배우 정우성과 만났다.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995년 일본 TBS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각본 키타카와 에리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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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정우성은 극 중 화가 차진우로 분했다. 스타일링부터 표정까지 가공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성숙감과 함께 다채로운 눈빛으로 표출되는 묵직한 멜로감성은 13년전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11년전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등에 이은 새로운 그의 멜로를 기대한 시청자들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특히 상대역 정모은(신현빈 분)과의 감성설렘은 물론, 오랜친구 기현(허준석 분), 옛 연인 송서경(김지현 분) 등 지인들과의 오래된 매듭을 푸는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감성표현들은 멜로라인과 함께 또 다른 작품의 핵심이라 할 '소통'의 의의미를 새롭게 띄우며 주목받았다. 여기에 담백하면서도 세련된 톤의 비주얼은 로맨스배우로서의 여전한 매력점을 가늠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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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정우성은 인터뷰동안 자신의 노력이 깊게 스민 11년만의 정통멜로에 대한 뿌듯함과 새로운 기대감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

-결말 마음에 드는지?

▲마음에 든다. 진우의 마음 속 소리로 끝나야 한다고 봤고, 그 소리를 시청자가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오픈톡 상에서 새드앤딩 불안감이나 해피엔딩 희망들이 겹쳐져 나타나는 모습이 재밌더라.

-'빠담빠담' 이후 11년만의 로맨스, 부담감이 있었을텐데?

▲제가 안하면 선택의 폭이 굉장히 자유로울 수 있기에, 다른 배우를 염두에 둘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판권을 갖고 올 때도 '정우성이기에 드립니다'라는 말을 듣고 했고, 점점 연령대가 높아지기에 늦기 전에 해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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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비주얼 측면에서 후보정 등 가공이 없다. 이유가 있나?

▲지금 설정된 차진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 장르 자체가 주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일의 누적피로와 전작들의 강렬한 톤에서 비롯된 피로감이 비주얼로 드러나서 걱정이었다. 그래서 가장 빠르게 금주부터 하나하나 케어해나가고자 했다.

-진우로서의 연기, 조심한 부분?

▲소리에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청인이기에, 그에 반응하지 않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수어연기에 있어서도, 빠른 속도감과 표정이 중요한 언어지만 캐릭터 설정상의 절제감으로 조금 신중하게 접근했다. 물론 학생들과의 수업에 있어서는 정서적 표현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더 표정을 많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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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휴대폰 메모장, 스케치북, 자동차까지 클래식한 것에 머무르는 진우, 그러한 배경은?

▲원작의 시대성에 따른 연령대와 함께,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차진우라는 성격이 반영돼있다.

또 변화에 능또한 소리가 배제된 차진우 캐릭터지만, 그 반대로 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연필 필담이 주는 사각거리는 소리 또한 필요했다.

개인적으로는 챗GPT도 아직 사용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새로운 것이라고 다 수용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모은에게 상처를 주는 듯한 진우의 모습은?

▲작품의 핵심은 정모은과 차진우의 사랑이긴 하지만, 이성관계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자신을 위한 방어기제의성격은 아니다.

현실을 인정하는 성격의 것이다. 차진우의 특성이 생각지도 못하게 불편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그것이 모은에게 답답하게 비쳐지면서 그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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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담백한 감성의 멜로를 표방하지만, 그 안의 정서가 지닌 무게는 오히려 상당하다 생각된다. 어떤지?

▲에피소드나 상황이 더 많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아이디어회의 때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관계와 갈등, 인정과 이해 등에 그렇게 많은 사건들이 필요하지는 않다.

또한 빠른 답과 해결을 원하는 시대라지만, 그 반대급부에 대한 그리움 또한 분명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동료배우와 연출자, 스태프들과의 동의를 거쳐 수립했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많은 공을 들였고 각각의 관계에 있어서의 무게나 사유의 깊이가 더 현실적으로 강조된 작품으로 완성됐다. 그만큼 더 무겁고 집중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멜로파트너 신현빈은 어땠나?

▲신현빈 배우가 아니었으면 드라마가 완성됐을까 싶을만큼 큰 신뢰를 갖게 했다. 드라마 주제나 장면의 이해도가 높았다.

강아지상 얼굴(웃음)에 진지하면서도 담백하고, 자기를 찾아나가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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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진우의 인간관계에서 모은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이 기현(허준석 분)이다. 어떤 호흡을 갖고 갔는가?

▲어렸을 적부터 공유하는 추억이나 경험들이 많은 친구 설정으로, 좀 더 친근감있게 접근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도 좀 더 자연스럽게 장난도 더 많이하고 자유로웠다.

-진우의 벽화들은 그 공간에 대한 추억은 물론 서경과의 사이에서 비롯된 트라우마가 남아있지 않을까 한다. 실제 정서는 어떤가?

▲그 해석 마음에 든다(웃음). 실제로는 사회적 소통이 담긴 설정에 가깝다. 소리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그림', 그를 통해 세상을 향한 댓글을 단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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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서울의 봄'으로 새내기 1천만 배우가 된 것은 물론, 다양한 시도들을 거듭해온 2023년이었다.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도전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제 성향에 따른 행동들의 결과에 '도전'이라는 인정이 따랐던 것 같다. 일희일비함 없이 내 스스로의 경쟁에서 끝까지 잘 버틴 덕분이라 생각한다.

시대가 선택해준 '서울의 봄'에는 감사함이 있지만,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오랫동안 노력해온 것을 인정받는 데 따른 감사함과 뿌듯함이 있다.

저에게 느껴지는 재미가 시작을 주도하는 성향이기에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모르겠다.

-올해의 계획은?

▲아직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10월말쯤 마지막 촬영 이후 '서울의 봄' 개봉, '사랑한다고 말해줘' 첫방 등 정신없이 이어졌다.

한숨 돌리면서 일단 쌓인 피로감을 털고 차분하게 시작해야할 것 같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