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만 많으면 언젠가 돈을 벌겠죠' 이런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에이닷은 진심으로 사업 성과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김용훈 SK텔레콤 AI 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실사구시(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라는말을 언급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올해 신년사 때 썼던 사자성어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컴퍼니의 성과를 거두는 한해를 만들자는 것이 골자다.
SK텔레콤에서 AI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 부사장 역시 회사의 AI 서비스를 실적으로 연결시킬 방법론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은 AI 기술이나 서비스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회사의 AI 서비스를 어떻게 사업화 시킬 거냐 증명이 돼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에이닷'이 꼭 그렇다. 에이닷은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정식 출시한 AI 개인 비서(PAA)다. 통화 내용을 AI로 분석해 중요한 정보를 요약하거나 애플 아이폰의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한다. 또 통화 중 외국어를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등으로 순차 통역해주는 '통역콜' 서비스도 지원한다. 출시 후 월간·일간 사용자수가 지속 증가하고, 타 통신사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 이동까지 견인하는 회사 대표 AI 서비스로 거듭났다.
에이닷은 현재 무료다. 그러나 사업 성과로 이어지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김 부사장은 “유료화 계획에 대해서는 섣부른 감이 있지만, AI 서비스 측면으로 에이닷이 만들 수 있는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검토 중인 비즈니스모델 두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구독 방식이다. 에이닷 AI 전화 등을 통해 사용자가 충분히 비용을 지불할 만한 기술이 있다면 구독을 통한 수익화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도 에이닷의 핵심 부가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두번째는 AI 비서를 통한 중개 수수료 개념의 비즈니스모델이다. 이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추천하고 상품을 제안하면서 수익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기존 SK텔레콤이 확보한 다른 비즈니스모델과 융합하는 것도 선택지에 있다. 다만 김 부사장은 “아직은 더 많은 풍부한 기능을 갖춰 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에이닷이 '쓸만한 AI 개인비서'로 거듭나게 하려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AI 기술의 개선이 대표적이다. 또 이용자 저변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에이닷 통역콜은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이르면 1분기에 안드로이드용 에이닷에 통역 콜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완결적인 AI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신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 기기 자체 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온디바이스 AI 기기가 향후 응용애플리케이션인터페이스(API)를 공유되는 방식으로 다른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그때는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연동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앱 안에 거대언어모델(LLM)을 담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매개 변수(파라미터)가 적은 LLM은 충분히 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부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온디바이스 거대언어모델(LLM)이라는 분명한 흐름이 있는데, 우리와 다른 영역이라고 선을 그을 순 없다”며 “에이닷 역시 기술 흐름 변화를 잘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같은 변화에) 시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