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99〉혁신은 어디서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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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IT 붐 이후, 산업 변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됐다.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로 인해 유행과 트렌드 변화는 삽시간 확산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러한 유행을 먼저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행을 쫓고 정보에 밝은 사람들은 도심에서 멀리 벗어나는 것이 자신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 교육을 받은 25~34세의 젊은 사람들 수는 미국 50대 대도시의 교외지역보다 도심지역에서 3배 더 빨리 증가했다. 이처럼 도심의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 중 5%에 불과하지만 대학 교육을 받은 젊은 사람들의 증가율의 25%를 차지한다.

도시는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키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제공해 준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가 놀라울 정도의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는 데 성공하고, 이들이 살고 있던 지역은 이제는 아무나 살기 어려운 동네가 돼 버린다. 개인의 소득양극화가 공간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추세는 이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일반인은 평생 벌 수 없는 엄청난 소득을 불과 1~2년만에 거둬들이기 시작한 이들은 이제 교외지역에 거주할 때 누릴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을 도심 내에 구축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도시의 새로운 아파트와 콘도는 포도주 저장고, 영화감상실, 헬스장, 야외데크, 수영장, 차고와 같이 교외지역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뉴욕 첼시 지역 11 번가의 한 전용 건물에 사는 거주자는 자가용을 집 문 앞까지 들어 올리는 엘리베이터를 갖고 있다. 오늘날의 도시거주자들은 교외지역 거주자들 못지않은 공간을 사용한다. 이제 도시는 불괘하고 붐비는 곳에서 쾌적하고 넓은 곳으로 바뀌고 있다. 도서관에서 박물관, 레스토랑과 카페에 이르기까지 도시가 제공하는 쾌적한 편의시설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일 것이다.

일견 양극화는 원래부터 지속되어 왔던 현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대공황 발생 한 해 전인 1928년과 레이 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한 해 전인 1979년 사이 소득 상위 1%에 해당되는 사람의 비율은 알래스카를 제외하고 모든 주에서 줄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IT 혁명이 일어난 뒤부터 경제 위기 한 해 전인 2007년, 소득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가는 소득 비율은 23.5%로 1928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1979~2007년 사이 소득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미국 전체 소득 증가분의 절반 이상(53.5%)을 가져갔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소득 상위 1%는 놀랍게도 총소득 증가분의 85%를 가져갔다. 소득상위 1%는 나머지 99%의 평균 수입의 약 25배를 벌었다. 소득 상위 1%와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는 많은 대도시 지역, 특히 슈퍼스타도시와 선도적인 테크허브 도시에서 훨씬 더 커졌다.

그렇다면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전개되기 시작한 불평등의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에 대해 IMF의 연구결과들은 일관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IMF의 연구자들이 여러 국가의 불평등, 성장, 재분배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한 후 세 가지 매우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 첫째, 소득을 더 많이 재분배하는 국가들은 불평등 수준이 더 낮다. 둘째, 재분배 수준이 더 높은 국가는 경제 성장 수준이 더 높다. 셋째,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정부 정책은 더 높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 요약하자면 불평등 수준이 낮을수록 경제 성장에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평등의 문제는 단순히 형평성 차원의 문제를 넘어 성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평등의 문제에 관심을 보여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도시는 혁신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토양이자 자양분이 돼주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인 불평등을 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자양분 역시 도시에서 유발되고 있다. 결국 지속적 혁신을 유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도시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aijen@mju.ac.kr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