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에 소요되는 긴 시간은 건강과 사회,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통근 시간)은 72.6분이다.
통근자 거주지 기준으로 가장 통근 시간이 긴 곳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었다. 하루 평균 83.2분 가량이 출퇴근에 소요됐다.
1시간 20분 이상을 길 위에서 보내는 것인데,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옥철'을 피해 새벽 일찍 출근을 하고, 종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의 저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러한 길고 긴 통근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빽빽해진 거대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 결혼과 출산을 더욱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합계출산율은 0.59명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합계출산율 0.78명보다 크게 낮고,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다.
서울시는 최악의 저출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출산, 돌봄, 양육 등 전방위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올해 새롭게 도입되는 서울형 일·육아 동행근무제다.
자녀를 임신·육아 중인 시 공무원은 자녀 연령대에 따라 시기별로 적합한 근무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금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유연근무, 근무시간 선택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범 도입해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실제로 재택근무와 사무실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저출산·고령화 시대 꼭 필요한 정책으로 꼽는 경우도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3월 영국 런던시청을 방문해 5일 근무 중 2일은 집에서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게 소개받았다. 그 자리에서 서울시 공무원의 재택근무 확대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는 서울디지털재단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원격근무 가능성과 실효성을 점검해보기도 했다. 당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워크의 국내외 사례를 기반으로 효용과 문제점을 살피고 시와 재단에서의 재택근무 사례를 분석했다.
시 차원에서도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전체 혹은 일부에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를 어떻게 적용하고 확대할지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
코로나19와 디지털 대전환을 계기로 비대면 업무 문화가 민간기업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 설치, 클라우드 도입과 같은 물리적·기술적 환경 구축과 함께 근무유형, 기업문화까지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서울시는 전자결재, 공공와이파이 등 행정 디지털 전환과 미래 인프라 구축에 앞장선 다양한 성공사례를 보유했다. 공무원, 시민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저출산이라는 국가위기 돌파 방안으로 하이브리드 근무와 스마트워크 인프라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