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잘 자는 것을 건강의 으뜸 조건으로 삼았다. 웰빙을 지향하는 현대인에게도 잠은 소중한 요인이다. 하지만 야근, 회식, 스트레스 등에 따른 잠의 결핍은 삶의 질을 저하하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 500명 중 73.4%가 한 달 사이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서는 2021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70만9233명으로, 2016년(49만4915명) 대비 43.3%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나아가 수면의 질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첨단기술로 수면을 돕는 슬립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슬립테크 시장에 진출하면서 2014년 1조5000억원 규모 국내시장이 2019년 3조원으로 성장했다. 세계 시장은 2021년 150억달러에서 2026년 321억달러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면증 개선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치료기기로는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에임메드의 솜즈와 웰트의 웰트아이를 비롯해 수면 관리 스마트워치, 스마트 링 등이 출시되는 추세다. 수면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는 침대, 조명, 잠옷 등 수면 친화 제품도 다양화했다.
이에 따라 제품 성능과 효과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면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이나 표준화는 미흡하다. 품질 표준화는 산업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안전과 신뢰를 보장하고, 기업에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면 산업 관계자들은 제품 표준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제조사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 충분한 실증과 검증을 거쳐 안전성 및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이 같은 과정을 지원하고 수면 산업 품질 표준화를 위해 나섰다. KTC는 산업의 디지털·그린 전환을 선도하는 국제공인 시험인증기관이다. 스마트 가전, 소프트웨어(SW), 바이오헬스 등 수면 산업 관련 전문 시험·인증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면 제품에 특화된 시험평가·실증 기관인 수면 산업 진흥센터를 오는 3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수면제품의 안전성을 인증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수면센터는 수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수면 산업 실증기반 구축 및 기술 고도화 지원사업' 일환이다. 총 245억원을 투입해 충남 아산시에 구축했다.
비디오 기반 행동 분석실, 수면 실증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데이터 통합실, 수면 복합 환경 시험실 등 여러 수면 실증 연구 시설을 갖췄다. KTC는 이 같은 시설을 기반으로 수면 친화 제품 실증서비스를 마련하고 실증 평가를 수행하게 된다.
KTC는 먼저 제품이 수면의 질을 실제로 향상하는지 등 성능과 효과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 제품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인지 여부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적절히 보호하는지 등도 평가한다. 아울러 국내 수면 실증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제공하는 데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KTC는 수면제품 제조기업 기술고도화를 촉진하고 수면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히말라야 산악 등반을 돕는 '셰르파'처럼 수면센터를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면 산업의 정상에 오르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권오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바이오사업본부장 ohryun@kt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