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스템 개발업체를 선정, 유관 산업이 본격화했다. 특히 한은과 금융당국이 내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부·지자체 바우처를 기반으로 한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예정하면서 은행권 중심으로 금융사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반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수익성을 이유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은은 CBDC 활용성 테스트 시스템 개발 업체 선정과 더불어 이달 중 실거래 테스트 참가 은행 접수도 병행한다. 한은은 지난달 23일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일반 시중은행을 비롯해 B2C 기반 영업활동을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 모든 금융사 참여를 사실상 허용했다.
다만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반응이 미온적이다. CBDC 활용성 테스트 자체가 의미는 있지만, 단순 테스트 수준이고, 실제 사업모델로 연결할 수 없어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CBDC 활용성 테스트 참여 관련 업계 내부에서 단순 테스트에 그치는 사업에 저축은행까지 참여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모델로도 연결할 수 없어 개별 저축은행이 끌고 가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CBDC 활용성 테스트는 CBDC 기반 예금 토큰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해 공적 목적의 바우처 기능 활용을 점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이 부여된 예금토큰을 발행하면 이용자가 이 예금토큰으로 물품 등을 구매하고 사용처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그간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에게 지급하는 긴급생활지원금,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등 바우처가 높은 수수료와 복잡하고 느린 정산, 사후 검증 방식 한계 및 부정 수급 우려 등 부작용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CBDC 기반 예금토큰에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부여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금융기관 중 하나인 저축은행이 CBDC 활용성 테스트에 참여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관측했다. 저축은행 고객 중 상당수가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금융취약 계층으로 바우처를 받는 고객도 다수 포진됐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과 금융당국이 정부나 지자체가 발행하는 바우처로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시중은행보다는 서민금융기관 성격이 강한 저축은행 고객에게 더 많은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다만 저축은행업계 상당수가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단순 시험에 그치는 이번 활용성 테스트에 저축은행이 참여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