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유명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부정경쟁행위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는 기업과 제품이 오랜 기간 유지한 경쟁력을 한순간 상실케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범죄를 억제하고 피해 방지 수단을 담은 일련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들이 지속 발의됐다.
여기에는 데이터 보호 범위의 확대, 영업비밀 훼손·멸실·변경 행위 규제, 고의적 영업비밀 및 아이디어 탈취에 대한 5배 손해배상, 영업비밀 침해품·제조설비 몰수 등 중요한 사항들이 포함됐다. 현재 개정안들은 단일 대안으로 통합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다.
'한국콜마' 영업비밀 침해사건에서 보듯이 영업비밀 침해범죄는 법인에 의한 조직적 범죄(약 30%)가 다수이지만 현행법은 법인과 행위자의 벌금 수준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한국콜마에 근무했던 A씨와 B씨는 이탈리아 화장품 기업 인터코스로 이직하면서 30여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세계 최고 기술을 유출하거나 반출시도를 했고, 인터코스는 이를 이용한 선케어 신제품으로 큰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각각 징역 10개월 실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인터코스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개정안은 양벌규정에 적용된 법인에 대한 벌금형을 행위자의 최대 3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과 차이를 뒀다. 또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생산한 물건의 유통으로 인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예 영업비밀이 구현된 음료수 제조설비)' 또는 '그 행위로부터 생긴 물건(예 설비를 통해 제작한 음료수)'에 대한 몰수 규정도 신설했다.
몰수 규정은 '부정경쟁행위'에도 적용된다. 최근 중국 최대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시장을 집어삼킬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쇼핑몰에서 명품 시계, 가방 등 '짝퉁'이 버젓이 유통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관세청 특송화물 목록통관 검사에서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는 6만2326건으로 사상 최대며, 이 중 99.7%가 중국발이다. 과거와 달리 위조품은 우편·특송과 같이 소형화돼 단속이 쉽지 않다. 따라서 몰수규정은 부정경쟁행위 차단에 이바지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현재 부정경쟁행위 행정조사를 한 결과 위반행위가 인정되면 '시정권고'를 할 수 있는데 이행강제력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개정안은 부정경쟁행위를 한 자에 대한 특허청장의 시정명령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반행위를 공표할 수 있고 과태료도 부과하도록 했다.
또한 피해자는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입증 증거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 채 패소하는 경우가 잦다. 증거자료가 가해자에게 편재해 있기 때문이다. 입증책임 부담을 경감시켜 줄 방안이 필요하다. 개정안은 피해자가 특허청 행정조사 후 관련 소송에서 행정조사 자료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조사 자료를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하고, 또 법원 요청 시 행정조사 기록을 법원에 송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행정조사와 소송을 연계해 편익을 제공해 줄뿐 아니라 국회에 계류 중인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의 공백을 일부 메워 줄 수 있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번 법안은 짝퉁·영업비밀 침해 근절에 꼭 필요한 조항들이 담겨 있으므로 21대 국회가 조속하게 입법해 우리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legalssw@kii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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