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지난 10월 초 레바논 남부에 떨어뜨린 백린탄을 미국이 공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0월 이스라엘로부터 백린탄 공격을 받은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에서 파편 등 잔해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백린탄은 인(P)의 동소체인 백린을 원료로 쓴 폭탄이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투하 지점 근처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는 까닭에 전쟁범죄 우려가 뒤따르는 무기다.
이 무기는 원료 자체가 맹독성인데다 산소와 접촉해 불이 붙으면 열과 섬광·연기가 발생해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또한 연소가 시작되면 인체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쉽게 불길을 잡기도 어려워서 '악마의 무기'라고 불린다.
이스라엘군(IDF)은 지난 10월 전쟁 초기 이 무기를 사용해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 등 부상을 입고 급히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두하이라는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를 지지하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대이스라엘 공격때 주요 거점으로 활용해온 곳이다.
매체는 이 곳에서 155mm 백린탄 3발의 잔해를 발견해 표면에서 일련 번호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 잔해에는 백린탄(white phosphorus)을 의미하는 WP 아래에 'PB-92'라고 적혀있었는데, 이는 1992년 미국 아칸소 파인 블러프에서 생산되었음을 뜻한다. 또 다른 잔해에는 티오콜 에어로스페이스가 1989년 생산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THS-89'가 각인돼 있었다.
이 보도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한 브리핑에서 “보도를 봤고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며 “더 많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발사한 백린탄은 표적을 지정하거나 화재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연막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다만 WP는 근처에 연막으로 가릴만한 이스라엘 군대가 없었기 때문에 이 마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