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전략고객(SC) 사업부를 신설한 것은 애플 대응 강화로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성장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인 아이폰 OLED 공급망에 진입하고도 그동안 큰 과실을 거두지 못했다. 경쟁사에 비해 공급량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아이폰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아이폰15 시리즈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가 81% 납품했고, LG디스플레이는 18%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이폰15 10대 중 8대에 삼성 OLED가 들어간 반면에 LG는 2대 정도 밖에 안 됐다는 것이다.

삼성과 LG는 수주 모델서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은 아이폰15 시리즈 4개 모델에 OLED를 공급하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프로 시리즈 2종에만 패널을 납품한다.

이같은 차이는 큰 격차를 만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아이폰 공급 효과로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하다. 4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예상될 정도다. 반면에 LG디스플레이는 흑자전환에 애를 쓰고 있다.

아이폰은 연간 2억대가 넘게 팔리는 스마트폰이다.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이면서 수요가 매우 큰 매력적인 시장인 데,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공급망에 진입하고도 품질 문제나 승인 지연 이슈 등이 겹치면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정철동 신임 사장 선임과 함께 애플 비즈니스가 LG디스플레이 부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조직개편과 함께 사업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LG이노텍 대표일 때 아이폰 카메라 모듈 공급을 확대하며 회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시킨 바 있다.

애플이 아이폰에 듀얼 카메라, 트리플 카메라, 폴디드 카메라 등 신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LG이노텍이 독점 생산했다.

그 결과 LG이노텍은 2021년과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연속 1조원을 넘겼다. 정철동 사장이 이제 LG디스플레이에서 다시 역량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LG디스플레이에 기회는 생기고 있다. 아이폰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애플은 삼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BOE라는 새로운 경쟁사도 생겼지만 BOE는 품질 이슈로 아직 기술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애플이 내년 아이패드에 OLED를 처음 도입하는데, LG디스플레이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아이폰과 달리 아이패드는 LG디스플레이가 더 많은 모델을 수주해 공급 우위가 예상된다. 아이패드는 1대당 면적이 아이폰 대비 3~4배에 달해 아이폰보다도 수익성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용 OLED 패널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가운데 애플은 2025년에는 맥북에도 OLED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맥북 공급망에서도 기회를 잡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8.6세대 OLED 투자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 약점이다. 디스플레이에서 세대는 곧 생산성을 뜻해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정철동 사장은 애플 비즈니스를 확대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취임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이폰 뿐만 아니라 8세대 투자 관련해서도 애플과 논의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