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가 4일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의 희생' 혁신안 보고 불발 배경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지도부는 혁신위의 보고 요청 자체가 없었다고 했으나, 혁신위는 보고 요청을 했지만 당이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안건이 보고되지 않았다”며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 혁신위 안건이 왜 안 왔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안건 보고 요청이 없었다는 사무총장의 답변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초 혁신위는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담은 혁신안을 보고할 예정이었다. 인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대문구 불출마를 선언하고 본인을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했었다. 또 내년 총선과 관련된 혁신안을 발표할 때마다 '공관위에서 논의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을 정면 압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여전히 해당 안건이 혁신위 역할에 벗어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총선을 앞두고 변화와 혁신에 불가피하게 공천과 관련한 내용이 많을 수 있다”면서도 “혁신위가 해야 할 역할과 공천과 관련해 공천관리위원회, 총선기획단 이런 데서 해야 할 일은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중진 용퇴와 관련해 어떤 취지인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최고위에서 결정할 수 없다는 기존 뜻을 재차 강조했다.
반면 혁신위는 관련 혁신안을 지도부에 상정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공지를 통해 “혁신위가 최고위에 안건 상정 요청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오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혁신안을 의결하면 그 이후 절차는 당 기조국이 최고위 보고 절차를 준비해 왔다”며 “기조국에 월요일 최고위에 안건 상정되느냐, 누가 보고해야 하느냐 의논하니까 향후 혁신위 안건 모두를 모아서 상정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달 받았다”고 부연했다.
혁신위는 오는 7일 안건 상정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혁신안이 수용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