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기조는 '태양광 축소' 일변도다. 그동안 내수 시장을 이끈 태양광 보급 정책 상당수 축소 또는 폐지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축소했다. 2021년 전임 정부가 UN에 제출한 2030 NDC 계획과 비교하면 원자력은 23.9%에서 32.4%로 비중을 확대한 반면, 신재생은 30.2%에서 21.6%로 축소했다.

이어 올해 1월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RPS는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의무 공급하도록 한 제도다. 매년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이 상향되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체 목표치를 재조정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RPS 의무공급 비율은 당초 14.5%에서 13%, 내년은 17%에서 13.5%, 2025년은 20.5%에서 14%로 축소됐다.

지난 7월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FIT) 제도가 일몰로 종료됐다. FIT 제도는 설비용량 100㎾ 이하의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신재생 발전 전력을 정부에 고정가격에 판매하는 제도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보급활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접목한 영농형태양광 보급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FIT 일몰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련의 조치는 국내 태양광 제조업계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가뜩이나 판로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방 시장마저 쪼그라 들면서 기댈 곳이 사라졌다.

정부는 계통 포화 문제를 배경으로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보급이 단기간 급증하면서 전력계통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개통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의사 결정은 장기적 안목에 의한 결정이라기 보단 정권의 기조에 따라 임시방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관련 산업 보호 정책의 실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재생에너지가 계통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은 맞다”면서도 “재생에너지 진입량, 계통 투자와 관련해 명확한 신호를 주고 이와 동시에 위기에 처한 산업계가 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전이 2033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감안해 계통 확대에 필요한 신규 투자 계획을 수립했지만 현재로서는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안형근 건국대 교수는 “태양광 제조 생태계가 붕괴된 이후 중국 기업에 시장을 점령당한 유럽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면서 “내수 시장 조성 및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정작 RE100 대응 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때 중국산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