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에서 '만장일치'로 현행 3.5%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곱 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고물가에 따른 내수부진 여파와 가계부채 증가, 대외여건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고 놓고 판단하기로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며 “이 결정은 금통위원 6명 전원 일치했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2021년 8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총 3%포인트(P) 인상하다가 올해 2월 1년 만에 동결한 뒤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동결 결정 배경은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3.8%로 올라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은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창용 총재는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영향,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 등과 관련 대외여건 불확실성도 높은 점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재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당초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종전 전망치(2.2%)보다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아직 한 달이 조금 남았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4%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도 2.1% 예측은 낙관적인 예측은 아니지만, (수출여부에 따라)상방이 될 수도 있으며, 하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망하면서 결정한다는 판단이다. 실제 이날 금통위원 6명도 4대 2로 추가 인상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시장에 기대라면서 일축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를 3.75%까지 열어놔야 하는지 문제에 대해선 저를 제외한 6명 중 2명의 금통위원을 유지를, 나머지 4명은 물가, 비용 상승 파급 효과 지속성, 향후 국제유가 움직임 등을 고려해 추가 인상 견해를 밝혔다”며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는 시장에 대한 의견일 뿐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