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디지털전환(DX) '제자리걸음'…“성과물 DB 개방해 빅데이터 플랫폼 연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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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DX) 시대에도 불구하고 철도·도로·공항·플랜트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링 산업은 아날로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주처에 전속된 성과물 데이터베이스(DB)를 민간에 과감히 개방해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수주사업 대가를 높여 인공지능(AI) 등 첨단 설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공공발주 비중이 큰 엔지니어링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지자체 등 발주처의 DB 권한 및 대가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엔지니어링은 프로젝트 자료 조사부터 유지보수(O&M)까지 과정·결과 자체가 개별 데이터 또는 데이터의 집합체다.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생산·활용·관리하는지가 기업의 수익 창출과 영속성에 직결된다.

최근 업계는 건설정보모델링(BIM), 사내플랫폼, 협업시스템, AI 기반 안전진단, 플랜트 공정설계 등 기존 엔지니어링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AI기반 레퍼런스 검색 △소프트웨어(SW) 클라우드활용 등 9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같은 민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높은 대가를 기반으로 디지털전환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해외 엔지니어링사들과 국제무대에서 경쟁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핀란드 포이리(Poyry)는 가상공간에서 건물, 시설 정보에 주변 지리정보를 더해 3차원(3D)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한 후 가상현실(VR)로 전환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 벡텔(Bechtel)은 5년 이상 설계·O&M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AI 기반 자동 설계 시스템'을 개발하고, 영국 아베바(AVEVA)는 '빅데이터 기반 생성형 AI 모델'로 설계 기술을 개발한다.

전문가들은 발주처가 SOC 성과물 DB를 민간에 과감히 개방해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대가를 현실화해 민간의 첨단기술 연구개발(R&D)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성과물 데이터는 발주자 전속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발주자 허락 없이는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과물을 납품한 엔지니어링사들은 각사가 자사 데이터를 암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일부 성과물 DB 공동소유 사례도 있었지만 민간에 접근 권한은 없다.

이문호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본부장은 “발주처가 축적해온 SOC 성과품에 대한 방대한 양의 설계·O&M 데이터를 입찰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링사 누구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에 연계해 설계 효율성을 높인다면 공기를 단축하고 민원을 최소화하고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사업비가 줄어드는 만큼 엔지니어링 대가를 높여 민간의 디지털 기술 투자를 촉진하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