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디지털 창세기]〈44〉디지털시대, 정치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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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1945년 연합군 승리로 일본 침략은 끝나고 우리는 해방됐다. 미국은 동북아시아를 소련에 뺏기지 않으려고 일본을 최전방 전략기지로 삼았다. 한반도는 뺏겨도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취약했던 첫 정부의 선택은 외교였다. 미국동맹을 강화해 공산주의 침략을 막고 경제지원을 받았다. 국가행정은 고급인력이 부족했기에 일제침략에 부역한 친일 관료, 지식인을 중용했다.

일제강점과 6.25전쟁 여파로 국민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권력은 독재로 지켜졌다. 4·19와 5·16을 거쳐 군사정부가 탄생했다. 북한위협을 막고 경제발전에 매진했다. 일본의 보상금, 베트남 참전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했다. 인프라 구축과 산업화를 위해 대기업에 일을 맡기고 기회를 주었다. 성과는 컸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부익부 빈익빈, 근로자 희생이 그것이다. 10·26 이후 군사정부도 연장선에 있다. 물가안정 등 경제기조를 유지했지만 권력 정통성을 의심받았고 인권문제가 제기됐다. 민주화 추진으로 점차 인권이 개선됐다.

산업과 경제는 정보화·세계화로 이어졌다. 미·소 냉전이 끝나고 세계는 인터넷 등 정보화로 연결됐다. 정보통신 발전은 지구촌 경제의 칸막이를 제거해 자유무역과 온라인플랫폼 등 성장의 계기를 만들었다. 미국은 첨단산업의 기획·설계를, 다른 나라는 제조·생산을 맡았다. 세계화는 미국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만들고 글로벌 동반성장을 촉진했다. 그러나, 중국 등 공장을 맡았던 국가에서 인건비가 올라 생산성이 떨어졌다. 중국 등도 첨단산업의 기획·설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글로벌 경기침체 등 위기가 왔다. 미국은 중국 등 떠오르는 경제 강국을 경쟁 상대로 보기 시작했고 세계는 분쟁과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보수세력이 오래 집권했다. 핵심 안건은 산업화 등 경제발전이었다. 경제가 궤도에 오르자 민주화, 정보화로 옮겨져 진보세력이 집권할 수 있었다. 인터넷 발전과 국민 권리의식 향상에 힘입었다. 국정을 담당하면서 경제,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보화에 매진했다. 정보화는 인터넷 확산, 발전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식을 높였고 집권기반이 됐다. 통신, 방송, 온라인, 모바일 등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이 일어났다. 전자, 반도체, 소재, 부품,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발전했다. 보수와 진보세력이 교대로 집권하면서 전통 이념 논쟁(초대 및 군사정부의 정통성, 일본 관계, 북한 해법 등)을 제외하고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눈은 경제를 바라보고 시장은 디지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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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 이소연 作

디지털 시대엔 경제문제 해결이 정치 핵심이다. 온라인으로 정치판을 실시간 중계한다. 국민은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행동한다. 뉴스채널을 넘어 카카오톡,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소통한다. 논의가 여과없이 드러나고 파일로 돌아다닌다. 거칠수록 조회수가 높다.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증거로 남는 세상이다. 좋든 나쁘든 노출되고 발각된다. 불법 정치자금이 사라지면서 돈으로 연결된 정치가 약해졌다. 국민의 뇌리에 남는 오랜 정치인도 사라졌다. 흠을 찾아내고 비방한다. 골수 지지층이 패거리를 지어 정치인 '팬덤'을 형성한다. 정책대결은 사라졌다.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따갑다.

암울한 상황뿐일까. 디지털에선 드러나 있기에 혼탁해 보이지만 숨은 혼탁은 없다.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가 빛나듯 짧은 시간에 두각을 내는 정치인이 나온다. 참신성, 도덕성에 경제 등 현안에 대한 식견과 역량을 갖추면 노회한 정치인을 따돌리고 선택된다. 정치가 국가과제를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집행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정치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법과 선거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디지털에선 경제 침체와 정치 무능을 정치인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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