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구 시장 규모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초저가 상품, 무료 배송·반품 등 파격 혜택을 앞세운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패션부터 가전, 생활용품까지 모든 카테고리에서 점유율을 키우며 국내 e커머스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 해외직구 건수는 6775만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64.9% 증가한 수치다. 불과 10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직구 건수(5541만건)를 넘어섰다. 지난 1~10월 직구 규모 또한 18억2400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직구 규모(17억1200만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연내 직구 건수 8만건 돌파도 유력하다. 11·12월은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를 비롯해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대규모 프로모션이 몰려있다. 1년 중 가장 많은 직구가 이뤄지는 시기로 꼽힌다. 연간 직구 건수가 지난 2020년 3만건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3년 만에 3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으로 대표되는 중국 e커머스 업체가 있다. 과거 중국 직구 시장은 타오바오몰을 중심으로 한 기업간거래(B2B) 비중이 높았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등 직구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 공략을 가속하면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613만3758명에 달했다. 국내 e커머스 업체와 비교했을 때 쿠팡, 11번가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테무도 지난달 MAU 265만6644명으로 지난 8월 대비 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e커머스 업계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오픈마켓은 대다수 셀러들이 중국에서 물건을 사입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에 무료 배송으로 판매하다 보니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패션부터 소형 가전, 문구·완구, 생활용품까지 방대한 카테고리와 상품군도 부담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잡는 국내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브랜드 전문관 'K-베뉴'에는 LG생활건강을 비롯해 애경산업, 쿤달, 깨끗한나라 등 주요 생활용품 업체가 입점해있다. 국내 브랜드 유치를 통해 국내 e커머스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겠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가성비 제품을 앞세운 중국 e커머스 업체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약점으로 꼽히는 품질, CS 이슈 등도 점차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