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절주절]〈18〉삼성家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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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여름 삼성본관 집무실에서 서예 연습중인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이건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밥알이 몇개고.”

작년 폭발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명대사 중 하나다. 사실 이 장면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실제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요리사와 나눈 대화를 모티브로 삼은 장면이기도 하다. 요리사에게 초밥 밥알 개수를 물어 배움의 길에는 끝이 없다고 강조했다는 일화다.

지난주 호암의 36주기 기일을 맞아 추도식이 열렸다. 범삼성가는 각 그룹 현직 사장단과 친족들이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리는 추도식을 진행했다. 추도식은 호암의 '사업보국' 정신, 즉 기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더 나아가 인류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경영철학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기일(19일)에 맞춰 열린다.

호암 이병철은 생전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주량도 적었다. 그러나 그와 술은 인연이 깊다. 이 선대 회장이 삼성 그룹 모태인 삼성상회에 이어 선택한 두 번째 사업이 바로 양조장이다. 1939년 일본인이 운영하던 대구의 '조선양조'를 매입한 그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이후 1948년 '조선효모'를 1954년 주정 및 소주 제조업을 위한 '풍국주정'을 설립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양조업이 순조롭게 장했지만 이 선대 회장은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하기엔 양조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새로운 사업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지만 6.25 전란에 휘말려 전 재산을 잃고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그때 조선양조가 비축금 3억원을 건넸고 이는 후에 삼성물산 재기에 발판이 됐다. 출자금 3억원으로 설립한 삼성물산 사업은 급진전했고 1년후에는 60억원으로 늘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후손들에게 '국민을 미혹시키는 술 사업은 하지 말라'는 뜬소문이 있기도 했는데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는 낭설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외손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 L&B를 통해 주류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CJ제일제당은 일본에서 과일소주인 '미초사와'를 출시하기도 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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