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원인파악 '오락가락' 행보
장애 원인 '네트워크 장비' 지목
자체 이중화·원격백업 미작동
노후 시스템 대대적 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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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행정전산망 오류로 먹통이 됐던 민원서비스가 20일부터 재개된다. 정부는 네트워크 장비에 원인이 있었다며 주말 동안 복구 작업과 점검을 마쳤다. 그러나 평일 민원 처리가 폭주할 수 있어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에서 시민이 임시 가동된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행정 전산망 장애로 대한민국 민원 행정 업무가 셧다운되면서 세계 최고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대응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재해복구(DR)시스템은 정상 작동하지 않은데다, 정부는 사고 발생 사흘이 돼서야 네트워크 장비 문제라고 밝혔다.

시스템 관리, 장애대응 체계 강화와 함께 노후 시스템에 대한 투자 확대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행정망 장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19일 오전까지도 정부 행정 전산망은 완벽히 정상화되지 않았다. 온라인 정부 민원 서비스 '정부24'는 지난 18일 임시로 운영을 재개했으나, 공무원 전용 행정 전산망 '새올'은 안정화 단계를 밟고 있다.

이날 오후 행안부는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원인을 네트워크 장비 문제로 지목했다.

IT 서비스·보안 업계는 이번 행정 업무 셧다운이 이례적 사태라고 입을 모은다. 초기 원인 파악 실패가 복구 기간이 길어진 가장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장애 발생 직후 행안부는 산하기관인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자원)에 배치된 네트워크 장비를 문제 원인으로 지목했다가 인증서버를 추가로 검토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 업체까지 가세했지만 원인 규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DR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통상 DR시스템은 서버 이중화를 포함하는 자체 이중화, 백업센터를 통한 원격 백업체계로 구성된다.

국자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센터에 주요 부처·공공시스템 이중화와 DR시스템을 구축해뒀다. 본원에서 물리적·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체 이중화 체계가 작동하고 그래도 정상화가 안되면 광주센터를 통해 중단 없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사고의 경우 이 같은 자체 이중화, 원격 백업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DR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조차도 오리무중이다. 기술적 관리와 운영 메뉴얼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송천 KAIST 명예교수(전산학 박사)는 “네트워크 장비는 이미 이중화, 삼중화를 해놓기 때문에 한 군데서 문제가 생겨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서 “결국 하드웨어 장비보다는 데이터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똑같은 상황이 언제든 재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올은 지난 2007년 도입돼 16년째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올 시스템뿐만 아니라 공공분야에서 활용하는 수많은 노후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교체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충고다.

김진형 KAIST 명예교수(전산학 박사)는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장애를 예상하고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준비가 부족하면 큰 사고가 났을 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무가 시작되는 20일까지 시스템 정상화를 목표로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고기동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를 꾸렸다. 공무원과 민간업체 인력 10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19일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서비스 정상화 브리핑'을 갖고 “월요일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모든 관계 기관과 함께 상황실을 운영할 것”이라면서 “전문 요원이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발견 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장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분야별 개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종합 계획을 마련하고 국민께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