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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미디어산업을 돌아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기존 유료방송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국내에서도 유료방송 가입자는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지만 OTT사용자들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저가로 고착되어 있는 유료방송의 코드커팅이 그리 심각하지 않음에도 OTT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변되고 있는 OTT 유형이 다양화와 파편화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 FAST(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 무료광고기반 스트리밍 TV)는 말 그대로 빠른(fast)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FAST가 fast하고 있는 것이다.

FAST 대표주자인 Tubi, Pluto와 Xumo 등 3분기 실적은 이같은 성장속도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Fox계열사인 Tubi는 30%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9월 한달 70M MAU를 초과할 정도로 전체 TV 시청의 1.3%를 점유했다. 이같은 결과는 6만개 넘는 타이틀과 300개 넘는 FAST 채널 등 콘텐츠 라이브러리에 기인한 것이다.

FAST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다. 시청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사업자들은 광고가 수익모델이라는 점에서 FAST의 양적인 성장은 광고주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형적 양면시장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의 FAST 현황' 보고서에서 광고주들은 시청자들의 시청행태를 반영하기 위해 그들의 전략에 FAST를 점점 더 포함시키고 있다고 했다. 84%의 광고주들은 2024년에는 FAST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광고주들이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FAST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용이 증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절반 가까운 광고주들은 FAST가 고객들에게 점점 더 가까이, 더 정확하게 다가갈 수 있기에 FAST를 이용한다고 했다. FAST 광고주 중 약 60%에 가까운 광고주들은 타깃광고를 하고 있으며, 50%가 넘는 광고주들은 고객들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기반 주문형비디오(VoD)로 시작된 FAST가 시장에 선 보인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리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확대됐고, 동시에 주요 FAST 서비스들이 거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게 인수돼 지금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초기에는 그리 풍부하지 않은 콘텐츠였지만, 지금은 지역뉴스, 스포츠, 영화에 TV쇼 등을 포함해 넘쳐나는 고품질의 콘텐츠로 수많은 시청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Tubi의 최고경영자(CEO)는 “시청자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기에 이제는 더 효과적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수익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 FAST의 미래를 짐작케 한다.

FAST의 성장은 유료방송입장에서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VoD 뿐만 아니라 고품질에 다양한 장르의 수백 개 리니어 채널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기에 유료방송과의 차이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FAST는 무료, 유료방송은 고가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콘텐츠의 양과 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지라도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FAST가 시청자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것이다.

더욱이 FAST들이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인화 뿐만 아니라 더 쉽고 편하게 원하는 프로그램들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행태 분석과 큐레이션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더 가까이 감으로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플랫폼으로서 기본적인 필요충분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FAST 서비스를 보면서 국내에서도 FAST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그들의 성장요인에 대한 확실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