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에서 중요축을 담당할 황산니켈 공장이 울산에 들어선다. 황산니켈은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데 쓰이는 핵심 원료다.
고려아연과 계열사 켐코는 15일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기공식을 갖고 2025년 하반기까지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5063억원을 투입해 연간 4만2600톤(니켈 금속량 기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기존 켐코(2만2300톤)까지 포함하면 2026년 생산능력은 6만4900톤으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황산니켈은 전기차에 가장 많이 쓰이는 삼원계(NCM·NCA) 배터리 양극재 원료다. 일반 니켈보다 순도가 높아 배터리에 쓰인다. 황산니켈에 망간·코발트·알루미늄을 더하면 양극재 전 단계인 전구체가 되고, 이 전구체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된다.
고려아연은 켐코를 통해 배터리용 황산니켈을 생산해왔다. 단, 기존 공장에서는 고순도 니켈을 원료로 사용해 황산니켈을 가공했다.
새롭게 짓는 제련소는 전통 제련소와 달리 니켈 정광부터 니켈 매트(니켈 함유량 70~75%), MHP(니켈 수산화 침전물) 같은 중간재, 공정스크랩이나 폐배터리에서 추출된 블랙파우더까지 다양한 원료를 가공해 황산니켈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에 회사는 '올인원 제련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니켈 함유 비율이 제각각인 다양한 원료를 가공할 수 있는 제련소는 세계에서 처음이다.
미국 IRA와 중국 광물 수출 통제 움직임으로 원재료 확보 중요성은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 사업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이번 투자로 미국 IRA 기준을 충족하는 니켈을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이차전지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계열사 켐코(황산니켈), 자회사 케이잼(동박), 한국전구체주식회사(전구체)를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배터리 동맹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 인수하고 고려아연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켐코와 LG화학은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한국전구체주식회사는 현재 울산에 연간 2만톤 규모 전구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제품을 양산해 LG화학 청주 양극재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켐코 지분 10%를 보유한 주주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우리나라는 배터리 제조 부문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니켈을 비롯한 핵심소재는 대외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통해 국내 이차전지 공급망을 완성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