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아주 간단히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대체적으로 혁신적 아이디어와 행동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고 위험에 대한 두려움없이 결과를 추구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능력으로 이해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이같은 기업가 정신은 '성격'이 아니라 '행동의 양식'으로서 훈련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도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또 이에 걸맞은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요소라는 인식하에 장래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세대인 청소년을 위해 기업가 정신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개최된 '경제교육관리위원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 및 경제교육단체 협의회와 협력해 관련 교과서를 개발·보급하고 청소년 학교 밖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 교육이 청년의 창업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받은 자들의 수입이 그렇지 않은 자들의 그것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재부가 주축이 돼 이루어질 기업가 정신 교육의 확대는 두 팔을 벌려 환영할만한 정책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기업가 정신이 청년의 창업과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 시대정신 중 하나라고 떠든다고 하더라도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교육에 앞서 결자해지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지구에서 반기업정서가 전혀 없는 국가를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너무 심하다. 미국 에델만 트러스트 바로미터(Edelman Trust Barometer)가 발표한 '2023년 기업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불명예스럽게도 꼴찌를 기록했다. 조사대상국 27개국의 국가별 기업에 대한 평균 신뢰도가 62%였지만, 한국은 38%에 머무른 것이다. 이는 지난 해보다 무려 5%나 떨어진 것으로, 26위에 머무른 일본의 47%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라는 신뢰도를 보였다. 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그간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기업정서는 정부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규제를 양산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 규제는 다시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규제양산의 주체로서 질타를 받는 정부가 이제 와서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교육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모순된다. 때문에 정부가 기업가 정신 교육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그간 기업가정신을 훼손하는 규제를 양산한 것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업력 3년 이상, 연간 매출액(2022년) 20억원 이상 30~40대 벤처·스타트업 대표(창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3.6%가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가 기업가 정신을 저해시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를 부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성장한 기업을 국가와 나누어 소유하는 것, 즉 부분적 국유화와 다를 바 없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의 영속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상속세의 막대한 부담은 창업자의 경영권 승계의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다. 만약 상속세를 줄인다면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일시적 비판이야 있겠지만 기업가 정신을 드높이면 경제성장이 촉진될 것이고 그 결과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기재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기업가정신 교육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세정(稅政)을 담당하는 기재부가 상속세제도의 개선에 대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드러커가 주장한 것처럼 기업가 정신은 과학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어서 실천이 중요하다. 단순히 학문처럼 배워 터득할 성질의 것이 아닐뿐더러 기교만 습득해 될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기업가 정신 교육의 활성화에 의지를 보이는 것에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러한 의지가 성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가열찬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주문하는 것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ykw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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