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아울러 다음 주 처리가 예정된 노란봉투법 처리 과정 등을 지켜본 뒤 향후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본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두 시간 반 가까이 국회에서 일정을 보냈고 야당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한 점은 충분히 감사드리고 존중한다”며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국정기조 전환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 몫 상임위원장들이 윤 대통령을 향해 각종 현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이들은 상임위별 이슈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계기로 촉발된 이념 논쟁, 인사, 서이초 사건,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홍 원내대표는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가 홍 장군 흉상을 이전을 계속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철민 교육위원장은 서이초 사건과 관련해 교권 침해 문제를 언급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관계자의 학폭 연루 의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 현장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서 유보통합을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간다고 지적했다”고 부연했다.
이태원 참사 수습을 위한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는 김교흥 행안위원장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표는 “이태원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문제, 책임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경찰 간부 한 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했다.
R&D(연구·개발) 예산 복원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홍 원내대표는 “이재정 산자위원장이 현장에서 무너진 기업이 있기에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이 양곡법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고 거부권 행사에 유감을 표시했다”면서 “박정 환노위원장은 양대 노총과의 강 대 강 대치가 바람직하지 않으니 이들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을 윤 대통령이 직접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홍 원내대표는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해당 문제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원희룡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과 종점 변경에 따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시비를 윤 대통령이 마무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권인숙 여가위원장이 장관 인사 문제를 제기했다. 여가부 폐지를 하려는 사람이 장관직을 하면 안 된다”며 “제대로 일할 사람을 보내달라. 여가부 폐지 정책을 폐기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의대 정원 확충과 지역의사제 등에 대한 통합적인 검토 등의 요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다음 주 처리가 예정된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윤 대통령과 여당의 대응을 살펴본 뒤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홍 원내대표는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 다수의 의견을 경청할지 아니면 다시 대결과 정쟁으로 갈 건지는 노란봉투법 등 처리 과정을 보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