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카카오택시 등 택시 호출 플랫폼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장애나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아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사업자가 그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화재나 해킹 공격 등을 사전 예방 불가 영역으로만 볼 수 없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티머니, 브이씨엔씨, 코나투스, 진모빌리티 등 6개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자들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7가지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택시 호출 앱은 월간 활성사용자수(MAU)가 1230만명에 달해 다수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이 있다. 이에 공정위는 앱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검토했다.
우선, IDC 장애나 디도스 공격을 불가항력에 준하는 사유로 보아 사업자가 전혀 책임지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시정했다.
IDC 장애는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보안문제 등 발생 원인이 다양하다. 그러나 공정위는 계약관계나 현재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사업자의 관리 영역 밖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판단했다. 디도스 공격의 경우 사업자에게 방어의 책임이 있어, 그에 따른 손해에 대해 사업자를 완전히 면책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동명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중개 플랫폼 사업자에게 인터넷 설비의 장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본질적인 의무에 해당한다”면서 “서비스를 차질 없이 제공할 의무이행에 있어서 사업자의 고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면책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하는 '카카오T' 플랫폼은 지난해 10월 15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며 3200만명의 이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카톡 장애는 택시·대리운전뿐 아니라 게임, 웹툰 등 일상 깊숙이 자리한 주요 서비스 대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대국민 혼란이 가중됐다.
플랫폼 초연결사회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IDC 장애나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먹통이 되는 카카오T 외의 카카오 플랫폼 약관도 시정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과장은 “공정위가 조사·시정하는 범위는 당해 사안에만 미친다”면서도 “'이런 조항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사업자들이 좀 더 자진 시정을 하고 시장에 정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만큼 (카카오의 다른 플랫폼 서비스에서도) 시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위는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자들의 또 다른 불공정 약관으로 △부당하게 쿠폰·포인트를 말소하는 조항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조항 △부당하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서비스 이용제한·제재를 하는 조항 △중요 약관 변경시 통지를 생략하는 조항 및 고객의 동의를 간주하는 조항 △고객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조항 △부당하게 사업자를 면책하는 조항 등을 시정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