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칩 시장 1위 퀄컴테크놀로지가 특정 기업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일임하지 않고 최적의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주문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TSMC가 4나노, 3나노 등 최선단 공정을 놓고 치열한 파운드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퀄컴의 행보가 주목된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마우이에스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3' 행사 중 한국 기자단과 만나 “퀄컴은 어떤 파운드리가 최신 반도체 설계에 가장 적합한 공정 기술을 갖고 있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3나노(㎚)를 포함한 최선단 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TSMC 등 2개사다. 퀄컴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1세대의 경우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했고, 2세대는 TSMC에 양산을 맡겼다. 이번 행사에서 첫 공개한 3세대와 PC용 컴퓨트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TSMC 4나노 공정으로 양산한다.
스냅드래곤 8 3세대에는 최대 3.3GHz를 지원하는 크리이오 중앙처리장치(CPU)와 퀄컴 헥사곤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됐다. 77GB/s 속도로 4.8GHz 메모리 밴드위스(대역폭)을 지원한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에는 136GB/s 속도의 LPDDR5x D램을 탑재했다.
퀄컴은 핵심 반도체 칩인 최신 AP는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하더라도 통신 모뎀이나 음향·증강현실(AR) 플랫폼 칩 등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복수의 파운드리를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 역시 “퀄컴의 파운드리 수요를 고려할 때 멀티 파운드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서 앞서가는 소수의 파운드리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투지안 수석부사장은 “삼성과 TSMC 파운드리 모두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파운드리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퀄컴의 로드맵이고 모든 파운드리 기업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가 여전히 핵심 파트너임을 분명히 했다. 삼성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AP 엑시노스와 경쟁이 시작되는 상황에서도 양사 모바일 분야 협력은 공고하다고 강조했다.
카투지안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퀄컴의 30년 이상 된 강력한 파트너”라며 “삼성 모바일과 관계가 특히 강하고 삼성 파운드리도 파트너십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삼성 경영진과도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부연했다.
스냅드래곤 8 2세대에 이어 3세대도 4나노 공정을 택한 이유로 안정성을 꼽았다. 3나노 공정이 최선단이긴 하지만 공정 성숙도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최신 공정을 배제한 것이다.
다만 내년에 공개될 예정인 차세대 스마트폰 AP 스냅드래곤 8 4세대 양산을 맡을 파운드리 후보군은 공개하지 않았다. 카투지안 부사장은 “지금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