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이복현 금감원장 “허술한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CEO에게 책임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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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금융사들의 허술한 내부통제를 손보기로 했다. 과도한 이익추구식 내부 KPI(핵심성과지표)를 지적하고, 향후 금융사고가 발생할 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다.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공매도는 강력한 형사처벌을 예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금융산업 신뢰구축을 위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며 “거액 금융사고 발생 시 즉시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현황 정기 점검, 경영실태평가 제도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국감에서는 여야 모두 금융사 내부통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허술한 금감원 관리·감독이 금융사고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일탈에도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으며, 금융지주도 역할을 못 했고, (은행들이)당국보고까지 지연한 사실이 나왔다”며 “(금감원이)2014년에 금융사고 근절 및 신뢰 회복을 위한 금융과 내부통제 방안을 발표했고, 2018년에는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2022년에는 국내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도 마련했지만 금융사고는 더욱 대담해지고 금액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남은행 3000억원 횡령 사고를 언급하면서 “국정감사마다 횡령 문제가 제기돼 (금융사)내부통제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현행 처벌·징계로는 부족하며,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할 금감원 메시지를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랜 기간 유동성 과잉이 지속된 상황에서 흐트러진 윤리의식이나 이익추구 극대화 현상이 표출됐다”며 “궁극적으로는 금융사 CEO나 최고위층 판단 문제가 있으며, 이는 내부 KPI가 과도하게 이익 추구를 적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에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형태에 대해서는 CEO든 최고재무책임자(CFO)든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 PF 사업장 보증 확대, 정상화 펀드 조성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원장은“정부는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건설사나 금융사의 국민에 대한 책임 전가 행위는 전혀 용인해줄 생각이 없다”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형사처벌 등 강력한 처벌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건은 그냥 단순히 개별 건으로 보기에는 시장을 교란하는 행태라든가 이런 것이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불법 공매도 처벌과 관련 외국에 있다면, 끌고 와서라도 (국내법으로)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수사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해선 유관기관과 공조해 선제적인 대응·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장이 지난 3월 시중은행 은행장과 만난 뒤 주담대 관련 금리인하 문제를 거론한 뒤 가계부채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취약층이나 소상공인 관련 과도한 금리인상 피해 부분을 배려해달라고 부탁을 드린 것이며, (그런다고)금리가 내려가지는 않는다”라면서 “3∼4월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가 아니라 횡보하는 상황이었으며, 정해진 매커니즘이 있어 추세를 바꿀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취약층 배려와 관련 은행들이 가능한 여력에서 배려하겠지만 가계대출 추세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라임펀드 특혜 의혹과 관련 날선 공방전도 이어졌다.

라임펀드 환매 의혹 관련 야당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정치권 유력 인사가 연루됐다는 발표가 시발점이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라임펀드 특혜 의혹에 야당 다선 국회의원이 연루됐다는 금감원 발표에 대해 “이게 여당이 됐건 야당이 됐건 발표는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에 추가 파견된 천재인 검사가 사모펀드 태스크포스(TF) 조사결과 발표에 관여했냐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8월 라임 등 사모펀드 조사결과 발표 당시 라임펀드의 특혜성 환매 의혹을 적발했다고 발표하며 '다선 국회의원'이 연루됐다고 보도자료에 명시한 바 있다.

이복현 원장은 “천 검사가 이번 발표에 관여한 바 없으며, 보도자료도 사전에 보거나 그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검찰과 관련된 조율 업무를 일부 하기 있어 챙겨보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 사모펀드 사건을 재점검하기 위해 법무부에 검사 추가파견을 요청했다. 이에 김한규 의원은 지난해 2월 추가 파견 검사 요청이 야당 정치인에 대한 조사 관여나 금감원 업무에 정치적인 고려에 대한 우려를 전체 회의에서 밝힌 바 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