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강점 중 하나는 프로그래밍 기능입니다. 프로그래밍 기능을 통하면 별도 특정 보조업자나 중개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 바우처나 재난지원금, 중고차 매매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5일 한은 출입기자단 워크숍 세미나에서 'CBDC와 미래 통화 인프라'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전날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인프라 구축을 공식 선언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 화폐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는 달리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함에 따라 은행이 발행하는 법화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10만원의 CBDC를 가지고 있다면, 실제 화폐 10만원과 동일하다.
이번 한은의 조치는 최근 급격히 가속화하는 현금 이용 감소세를 고려한 조치다. 게다가 발행량이 급증세인 스테이블코인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한은은 내년 말까지 '기관용(wholesale) CBDC'를 대상으로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진행한다. 다만 내년 4분기 제한적으로 일반 국민도 CBDC 실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희망하는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을 발행해 실제 CBDC를 경험할 수 있는 실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예금토큰은 현금과 마찬가지로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 직접 발행돼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범용(retail) CBDC'와 유사하다.
CBDC 도입은 프로그래밍 기능을 통해 중개기관 의존 감소는 물론 재정의 효율적 집행에 긍정적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성관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기부금을 매칭하거나 중고차거래 이런 부분은 현재도 가능하지만 CBDC 프로그래밍을 거치면 별도 특정한 보조업자나 중개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도 동일한 기능을 훨씬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의 경우 어려움을 받는 소상공인을 지원하는게 중요한 목표임에도 실제 수수료 등이 발생해 재정집행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4분기 제한적으로 일반인이 경험할 예금토큰은 은행 '전자지갑'을 통한 모바일 결제가 유력하다.
윤성관 부장은 “휴대폰을 통해 예금토큰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실제 사용)구현하는 방식은 QR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고민하고 있다”며 “편의성을 위해 중간에 밴사나 PG사가 낄 수 있지만 가급적 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BDC 활용성 테스트 자체가 현금 없는 사회를 고려한 조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부장은 “CBDC는 국민들에게 차별화된 기능을 가진 지급 수단을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자체가 현금 없는 사회를 고려한 것은 아니며, 전혀 현금 자체를 퇴장시킬 목적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