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물을 잡아 제어하고, 물성을 파악하는 로봇기술을 개발했다.
토마토를 움켜쥐어 크기, 신선도, 촉감까지 판단한다. 향후 운송, 의료, 제조, 우주 등 다양한 자동화 산업 영역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유연한 멀티모달(여러 감각 수단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 센서를 활용해 다양한 물체의 크기, 형상, 물성을 인지하고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 그리퍼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30일, 어드밴스드 인텔리전트 시스템즈에 온라인 게재됐다.
우리가 채소를 손으로 눌러 무른지 여부를 알 수 있듯이, 유연 멀티모달 촉각센서를 활용하면 물체 초기 크기와 변형 정도를 감지해 정확한 물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힘으로 물체를 잡거나 옮길 수 있다.
연구진은 감지소재와 전극 사이 '에어갭'을 미세하게 조절해 압력과 굽힘센서 감지 범위, 민감도를 조절할 수 있게끔 유연 멀티모달 센서를 개발했다.
또 물체에 가해지는 압력과 그리퍼 굽힘 정도를 동시 감지해 물체 영률(단단한 정도)을 정확하게 판단한다.

1만번 이상 반복압력과 굽힘 반복시험 후에도 매우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저온·고습환경 신뢰성도 검증했다.
연구진은 멀티모달 촉각센서를 집적한 지능형 로봇 그리퍼가 다양한 크기·물성의 토마토 11종을 98.78% 정확도로 구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토마토 숙성도까지 실시간 선별해낼 수 있다.
어떤 물체를 집는지 능동 이해해 물체 파지 시점을 결정하며, 그리퍼의 힘(토크)을 조절하는 등 피드백도 제공한다.
김혜진 ETRI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개발 촉각센서는 로봇 그리퍼에 다양한 촉각기능을 부여해 자동화 라인과 협업 로봇분야 혁신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진은 압력과 굽힘을 감지하는 센서 외에도 온·습도센서, 관성센서, 거리센서 등을 하나의 센서 플랫폼으로 집적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인공피부를 적용해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그리퍼 기술도 개발키로 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